“저는 SK텔레콤에서 상품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위의석이라는 사람입니다.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SK텔레콤 임원 맞습니다. 한 번 뵙고 사업 제휴를 논의하고 싶습니다.”
대구에서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A씨는 최근 위의석 SK텔레콤 상품기획단장(전무)로부터 뜻밖의 이메일을 받았다. 자본금 1000만원, 정규직원은 A씨 1명뿐인 작은 회사에 SK텔레콤 임원이 먼저 메일을 보내온 것이 믿기지 않았다.
위 전무는 우연히 알게된 A씨가 만든 `스팸정보` 앱을 눈여겨봤다. 가입자들이 대출이나 보험 등 스팸성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앱을 설치한 다른 사용자에게 `이 전화는 OO은행을 사칭한 스팸일 수 있다`고 알려주는 앱이다. 일종의 집단지성 방식으로 스팸 정보를 공유케 하는 아이디어에 감탄한 위 전무는 “어떤 식으로든 협력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먼저 메일을 보내 논의에 대한 수락을 받고 기차표를 제공해 올라오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A씨의 서비스에 대해 제휴·투자·인수 등 다양한 방안을 열어놓고 검토 중이다.
모바일 솔루션 기업들이 `우리 제품 좀 써달라`며 통신사에 영업하고 통신사는 폐쇄형 사업구조러 패권을 누리던 과거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최근 잇따라 중소·벤처기업과 개방된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벤처기업을 발굴해 `아군`으로 만드는 데 적극 나섰다. 각종 테스트 장비와 단말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축해놓은 분당 `T오픈랩`을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활용해 성과를 내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창업허브 `디캠프`에도 비슷한 시설을 지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업부·팀별로 지난달 발표한 경영 방침인 `행복 동행`의 사례 만들기에 경쟁이 붙었다”며 “벤처기업과 성공적인 협업은 경제민주화나 동반성장이 중요시되는 분위기에서 가장 좋은 케이스로 꼽힌다”고 말했다.
KT는 강력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에 구애한다. 최근 16만여명 개발자가 소속된 `스마트개발자협회`와 제휴를 체결하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지원키로 했다. 또 대학으로 지원 범위를 넓힌 `유클라우드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지난 2월부터 운영 중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벤처기업의 아이디어에 적극 투자하고 활용하는 것이 대기업 역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중소기업과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협업 성과를 내고 있다. 토종 네트워크 장비업체 유비쿼스와 2015년까지 테라급 대용량 스위치를 개발하기로 했고 앞서 `LTE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비트앤펄스의 사물통신(M2M) 모듈, 에스엔브이의 무선 모듈을 이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양방향 자판기 등을 함께 개발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새 먹을거리 발굴이 필요한 통신사에 우수한 기술을 가진 중기·벤처는 `을`이 아니라 협력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