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줌마의 힘

얼마 전 해외교포 출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만났다. 그에게 `실리콘밸리처럼 한국에서 창업이 활성화하려면 먼저 무엇이 필요할까`를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한국은 아줌마들이 움직이면 됩니다. 아줌마들이 제일 힘이 세잖아요. 아줌마들이 자기 자식에게 대기업에 취직하지 말고 창업하라고 하면 됩니다.”

[기자수첩]아줌마의 힘

언중유골이라고 했던가. 말에 뼈가 있었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구현의 가장 핵심은 창업이다. 정부는 전례 없이 부처 합동으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이젠 창업 독려 캠페인을 같이 준비한다는 소문도 돈다. 기업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기업가정신 포럼 준비에 바쁘다. 취업보다 창업이 우선시되는 문화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앞에서 끄는 힘도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창업의 주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특히 근래 들어 회자되고 있는 청년 창업의 주체인 대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국내 대학 창업지원센터의 한 교수는 “예전보다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는 보도되는 것처럼 정도까진 아니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문화는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대중 공감대가 기반이 돼야 한다.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면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가 운영 중인 `SW 교육봉사단`은 방과 후 중고등학생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자녀를 둔 학부모를 모아 한 달에 한 번 코딩 교육을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이해를 수반해야 진정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아줌마의 힘`. 해외 문화에 익숙한 그 액셀러레이터는 한국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그렇게 표현했다. 한국의 자라나는 새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은 누굴까. 단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한국에 창업 DNA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아줌마들을 움직이게 하는 전략적인 정책도 필요하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