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뿌리 깊은 원전비리 이번엔 끊어내자

원자력발전은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다. 부존자원이 없고 전력공급능력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원전은 절대적이다. 우리나라 전력설비용량은 8375만㎾고 이 가운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4.7%에 이른다. 실제 발전량(거래량)으로 보면 원전 중요성은 더 크다. 작년기준으로 전체 발전량의 30.4%를 원전이 차지했다.

이런 원전이 위기를 맞았다. 전체 23기 가운데 10기가 가동을 멈췄다. 계획예방정비 중이거나 수명 연장을 위해 심사를 기다리는 원전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뿌리 깊은 원전비리다. 덕분에 원전에서만 795만㎾의 전력공급이 펑크 났다. 그렇지 않아도 여름·겨울철마다 찾아오는 전력피크로 살얼음판을 걷는 전력수급 상황이 초비상이다.

가뜩이나 안전성 문제를 둘러싸고 환경단체의 반대가 심한 상황에서 원전 비리가 겹쳐 점입가경이다. 원전 관련 비리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해엔 잦은 원전사고와 원전고장 사실 은폐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김균섭 사장은 취임 이후 비리척결에 올인했다.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본사 처·실장급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고 발전소 기술직 직원을 순환배치하는 등 폐쇄적인 한수원 조직문화 개혁에 앞장섰다. 하지만 짝퉁 부품 논란, 마약 투여, 부품 품질 보증서 위조에 이은 시험기관의 시험성적표 위조라는 카운터펀치에 녹다운됐다. 더 나쁜 상황이 일어나지 말기를 바랐지만 사고는 늘 기대 이상이다. 일 년 내내 뿌리 깊은 비리의 고리를 끊겠다며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재임 이전에 저질러진 비리 관행에 두 손 들고 만 셈이다.

국무총리가 직접 원전마피아를 거론하면서 비리 유착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겠다고 했다. 23개 원전뿐만 아니라 짓고 있는 5기를 포함한 모든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여건을 전수조사 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은 `원전 비리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우리나라 원전역사와 함께 해 온 뿌리 깊은 비리 관행을 일거에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기회에 모든 비리를 털고 가야 한다. 과거 유착으로 인해 불량 부품을 사용한 원전은 모두 새로 점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앞으로 일어날 비리를 근절하더라도 모래 위에 쌓은 성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