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통신장비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해 투자를 대폭 늘린다. `중국`과 `SDN`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에 집중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국 선전 법인명을 `삼성커지엔모바일`에서 네트워크 사업 의미를 담은 `선전 삼성전자통신(SSET)`으로 바꿨다. 비즈니스 영역을 2G 휴대폰 생산에서 기지국 등 통신장비 중심으로 전환한다.
인재 확보에도 나섰다. 현지 고급 엔지니어를 영입해 차세대 모바일 최대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4G 네트워크 구축에서만 약 90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한 임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ZTE 등에 전방위로 인력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며 “현지 업체들이 바짝 긴장한 상태”라고 전했다.
차세대 망 기술인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에도 집중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SDN 전담반을 꾸렸다.
올해 초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기점으로 연구개발과 공론화에 속도가 붙었다. 화웨이, 에릭슨 등 경쟁사가 SDN 기술을 담은 무선기술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초기 단계 SDN 기술을 적용해 무선 네트워크 사용자 체감 품질(QoE)을 측정·관리하는 솔루션을 상용화 단계까지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SDN은 각종 네트워크장비의 제어부를 가상, 집중해 망을 지능화하는 신기술이다. 이동통신망에 적용하면 실시간 트래픽 상황에 따라 인프라 자원을 배치하는 등 유연한 망 관제가 가능해진다.
망 구조를 단순화해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보안을 강화하거나 프리미엄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다. 클라우드, 스마트폰처럼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는 `파괴적 기술`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에릭슨이나 화웨이에 비해 SDN 관련 연구개발이 더딘 것으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SDN 기반이 되는 이동통신 솔루션 가상화에서는 `KT 워프` 등 오히려 글로벌업체들이 삼성전자의 상용화 사례를 벤치마킹한다.
류기훈 오픈플로우코리아 대표는 “알려진 것보다 풍부한 SDN 전략이 삼성전자 안에서 실행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네트워크 분야에 투자를 늘리는 까닭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TV 등 회사 내 다른 사업 부문이 글로벌 1위에 오르면서 더이상 큰 폭의 성장이 어려운데 반해, 통신장비 비즈니스는 아직 세계 시장에서 큰 지배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동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으로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지멘스네트웍스(NSN), 알카텔-루슨트, ZTE 등에 이어 5-6위권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연간 3조원 수준인 네트워크사업부 매출을 2015년까지 1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중국 시장과 SDN 등 신기술 선점 여부가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소다.
삼성전자 출신 한 교수는 “삼성전자 안에서 네트워크는 이미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된 타 분야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분석했다.
권건호·김시소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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