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여성과학기술인과 융합

얼마 전 한 여성과학 기술인을 만났습니다. 연구개발(R&D)뿐 아니라 과학정책에도 관심이 높은 분이었습니다. 기자는 여성과학기술인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데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제게 하소연 하듯 말했습니다. “여성과학 기술계가 무섭습니다. 몇몇 단체가 세 싸움을 하는데 괜히 끼어들어서 말썽이 나는 것보다 조용히 지내려고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요.”

여성 이공계 출신 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과기인 지원 정책도 많아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목표로 `미래 여성인재 10만 양성` `경력단절 여성 맞춤형 일자리 제공` 등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여성 과기계에서는 여성 리더 10만명 가운데 3만 명은 이공계 출신으로 채워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야흐로 여성 과학기술인 시대입니다.

여성 과기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융합`의 아이콘이기 때문입니다. 남성보다 소통 능력이 뛰어나고 새로운 시각에서 과학기술을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남성 중심 과기계가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여성을 배제해왔다는 불만이 많습니다.

그러나 여성 과기계도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한 여성과기단체 관계자는 “기관별로 사업 주도권을 가지고 다투기도 한다”며 “어느 라인에 서 있느냐도 여성 리더로 성공하기 위한 요소”라고 비판했습니다. 학벌과 출신 중심으로 뭉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서 소외 당한 여성과기인은 오히려 어느틈에서 자신을 지켜야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이상목 미래부 차관이 내정될 당시 앞으로 계획을 말했습니다. 이 차관은 “과학기술과 ICT 융합으로 창조경제를 이끌겠다”고 답했습니다. 융합을 해야할 분야는 단순히 과학기술과 ICT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