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무주공산` 전자지갑 시장 승자는?

무주공산 전자지갑 시장

스마트 열풍으로 모바일 지급 결제 부문에서도 변화 바람이 일고 있다. IT는 지급 결제 부문 혁신을 이끄는 주요 동인(動因)으로 자리잡았고 IT발전 과정 속에서 다양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흥망성쇠를 겪었다.

스마트폰 열풍은 금융산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모바일 뱅킹 시대를 넘어 2015년 결제규모만 14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자지갑 시대를 열었다. 전자지갑 시장은 세계적으로 리더가 없다. 최근 구글·애플·MS가 대표 서비스 하나로 전자지갑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국내 제조사와 통신사, 금융사도 IT와 합종연횡을 통해 다양한 전자지갑을 출시하며 모바일 결제 시장 선점에 나섰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모바일 결제 시장 거래액은 앞으로 5년간 42.2%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에는 거래액이 6169억달러, 이용자수는 4억4793만명, 거래건수로는 209억건에 달할 전망이다. 모바일 결제 중심에 전자지갑이라는 플랫폼이 존재한다. 수억달러에 달하는 황금시장을 잡기 위해 애플, 구글, 삼성, MS 등 글로벌 스마트기기 제조사는 물론 이동통신사, 은행, 카드, 유통사업자까지 다양한 형태와 서비스를 담은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해외 공룡기업의 전자지갑 선점 경쟁

전자지갑은 일반적으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비접촉 등으로 간단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때문에 무궁무진한 결제플랫폼으로 활용되고 고객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결제 도구로 활용된다.

온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모든 상거래 대금을 모바일 기기가 매개체가 돼 결제하는 것을 뜻한다. 전자지갑의 촉발은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 2011년 전자지갑 표준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NFC에 기반을 둔 구글 월렛을 출시했다. 스마트폰 내 물리적 공간에 결제정보를 저장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비접촉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다. 애플과 함께 스마트 디바이스 생태계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구글이 전자지갑 시장에 뛰어든 것만으로도 파급효과는 상당했다.

하지만 서비스 시작 후 구글 월렛은 제휴된 이통사, 카드 발급사가 미미해 저변 확대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최근 구글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자지갑 서비스에 브랜드 통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1년 말 온오프라인 결제서비스인 구글 체크아웃과 월렛을 단일 브랜드로 통합했다. 온·오프라인 브랜드를 통합해 효과적으로 결제서비스 확대를 추진하려는 전략이다. 구글 `월렛 2.0` 상용화 작업도 추진 중이다.

애플은 세계 4억개 가량의 카드정보가 연계된 아이튠즈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까지 아이윤트 결제가 자사 앱스토어에서 콘텐츠 결제용으로 사용되지만, 애플 NFC 특허출원 등 전자지갑 진출의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2011년 11월 오프라인 매장에서 액세서리형 제품 구매 시 아이튠즈 계정을 이용해 셀프결제가 가능한 이지페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세계 개발자회의에서 차기 운영체제인 iOS에 탑재할 패이스북 앱을 공개했고, 2008년부터 NFC 응용서비스 부문 다수의 특허를 출원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애플 행보가 전자지갑을 통한 결제플랫폼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13년간 e커머스 분야에서 사업기반을 다져온 페이팔의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페이팔은 전 세계 지급 채널, 환경을 망라한 전자지갑 로드맵을 구축했다. 앱과 QR코드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고 기존 플라스틱 카드에 사용됐던 스와이핑(swiping), 핀 패드 거래 방식을 포스에 접목하는 등 고객의 다양한 결제를 가능케 한다.

구글과 애플, 페이팔에 맞설 또 다른 연합전선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카드사와 유통사다. 카드사의 전자지갑 서비스 전략은 단순 결제를 넘어 모든 상거래 환경을 아우르는 서비스 라인업이다. 비자는 2011년 말 브이닷미(V.me)를,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5월 패이패스 월렛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서브(Serve)라는 전자지갑을 선보였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 진출도 본사 차원에서 추진 중이다. 도너츠와 커피, 생필품을 팔았던 유통사들의 연합이 전자지갑의 최종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모바일 결제에 있어 금융사보다 오히려 유통사가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MCX(Merchant Customer Exchange)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월마트, 시어즈,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 K마트, 베스킨라빈스, CVS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40여개 대형 유통사들은 모바일 결제를 전담할 공동회사 MCX를 설립했다. 리테일러 연합이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에서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MCX진영은 구글 월렛(전자지갑)이나 AT&T 등 통신사가 결성한 ISIS 월렛 수용을 거부하고, 독자 지급결제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한국도 전자지갑 열풍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모바일 뱅킹 거래건수가 130만건, 금액 기준 9600억원에 달했다. 스마트폰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도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자간 치열한 전자지갑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이 모바일 쇼핑과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하거나 고려하고 있기 때문. 현금과 체크카드, 신용카드 결제를 전자지갑이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전자지갑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 이통사, 은행, 카드, 유통사 등 스마트폰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기업은 별도의 영역을 구축하고 전자지갑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통신 3사 중 가장먼저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한 SK플래닛 스마트월렛과 LG의 스마트월렛, 지난해 말 금융사와 연합해 KT가 모카를 시작했다. KT 모카는 바코드, QR코드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구현했다. 최근 6개 카드사는 공동으로 앱카드를 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최근 삼성월렛을 출시하고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 온라인 결제가 요구하는 카드정보, 아이디, 주민등록번호, 비밀번호 등의 정보 입력의 불편함을 없애고, 금융감독원의 보안성 심의를 통과하는 등 안정성을 높였다. 또한 삼성전자는 `삼성 월렛` 애플리케이션은 국내 온라인 3만여개의 가맹점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우수 가맹점을 확보해 나갈 예정이다. 그 외에도 17개 은행이 연합해 만든 `현금카드`와 충전형 선불카드인 `뱅크머니`도 시장에 가세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이통사·제조사·은행과 카드사들이 앞다퉈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협력체제에 눈치 보기만 급급한 양상이다. 전자지갑이 어떤 양상으로 구축되고, 고객 주머니를 대체할지 구체적인 방향성을 못잡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명확한 수익모델 부재와 의사결정 리스크로 차별화한 전자지갑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통사와 제조사, 금융사는 전자지갑 시장에서 일종의 합종연횡을 하고 있지만, 기술과 정보 유출을 꺼려 혼선을 빚고 있다.

국내 금융사도 많은 문제점을 보인다. 대부분 일회성 프로모션이나 이벤트에 그친다. 단기 수익 개선과 가입자 숫자에 눈멀어 장기적인 기술 전략과 파트너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다.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의 새 결제도구로 부상한 전자지갑 부문 선점을 위해 각 사업자간 글로벌 연합을 구축하거나 제각각 분산돼 있는 협의체를 정부차원에서 일원화해 제도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별도의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