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라는 말을 두고 국민은 물론이고 전문가도 혼란스러워 한다. `벤처의 신화`로 불리는 이민화 KAIST 교수가 인간공학 분야 전문가 차두원 박사와 함께 창조경제의 `교과서`를 펴냈다. 저자들은 창조경제가 이제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구체적인 국가 비전으로 탄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조경제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가 비전이다. 한국 위기의 원인은 북핵이 아니라 메말라가는 국가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노령화 사회, 양극화로 인한 사회 갈등해소 비용, 복지와 사회 안전망 투자 등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 청년들은 안전한 직업을 선호해 과반수가 공무원이 되고자 청춘을 바친다. 실패에 대한 사회적 무관용으로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것이다.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스마트 혁명이다. 철도혁명,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거대한 스마트와 소셜 혁명은 빅데이터와 결합해 인류역사 최대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어갈 새 국가 성장 동력으로 국가의 모든 힘을 결집할 때다. 향후 5년이 대한민국의 국가 흥망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창조경제란 용어는 현 정부가 세계 처음 쓴 용어는 아니다. 1990년 일본 노무라 연구소에서 창조사회란 보고서를 냈고, 1997년 제기된 영국의 창조경제 논의는 2000년 피터 코이를 거쳐 2001년 존 호킨스의 창조경제론으로 이어졌다. 호킨스의 창조경제는 영화, 음악, 패션, 디자인 개발과 같은 문화 창조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국가 산업발전 전략이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조계급의 부상`이라는 책에서 미래 창조도시를 언급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의 창조경제가 다른 나라의 사례와는 확연히 다른 진화 단계를 걷는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는 주로 문화 산업 관점에서 접근했다면 한국은 국가 전체의 경제관점에서 접근한다. 과학기술과 ICT를 다루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창조경제를 이끄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외 창조경제 정책이 문화산업에 치중된 것은 창조성이 실천력보다 중요하다는 문화산업이 갖는 특징 때문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생태계 중심의 새로운 창조경제가 등장하게 되면서 모든 산업이 문화산업화됐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①기술을 만드는 기술, 즉 메타기술의 발전 ②혁신생태계의 형성 ③시장 플랫폼의 등장으로 요약된다. 메타기술의 발전이 연구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혁신생태계에서는 나만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나머지는 협력으로 해결한다. 플랫폼 경제는 창조적 혁신의 전파를 극적으로 쉽게 만든다. 결국 창조성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창조경제는 창조성인 과학기술과 창조성의 다리를 만드는 ICT, 그리고 창조성의 원천인 사회문화가 결합하는 완전히 새로운 경제다.
이 책은 기존 논의를 찾아보려는 독자와 새로운 시각으로 창조경제를 창조하려는 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저술됐다. 1장에서 3장까지 1부는 한강의 기적과 기존 국내외 창조경제 논의를 살펴본다. 4장에서 6장까지 2부는 새로운 한국 창조경제를 총론적 입장에서 제시했다.
이어서 7장에서 11장까지 3부는 창조경제 실천 전략을 제안한다. 12장에서 15장까지 4부는 교육, 사회, 지역, 정부의 공공 혁신 방안을 말한다. 마지막으로는 창조경제에 대한 의견과 토론을 실어 생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