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부모들의 제일 큰 걱정거리가 어느새 게임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남자 아이는 스마트폰 게임에, 여자 아이는 카카오톡에 매여 산다는 한탄이다. 몇해 전 아이에게 컴퓨터를 쓰게 하느니 못 하게 하느니 씨름했던 것처럼, 이제 스마트폰을 뺏느니 마느니로 고민한다.
![[기자수첩]친절한 인터넷 중독 정책](https://img.etnews.com/photonews/1306/440523_20130613185208_139_0001.jpg)
정부의 인터넷 중독 대책에서도 스마트폰 중독 대응 및 예방의 비중이 커졌다. 미래창조과학부 등 8개 정부부처가 발표한 `2012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와 `제2차 인터넷중독 예방 및 해소 종합계획`에서도 스마트폰 중독을 중요하게 다뤘다.
실태 조사를 하고, 유아부터 성인까지 생애 주기 상담 및 예방·치료 활동을 하고, 지역 센터에 치료자 사후 관리 프로그램까지 있다. 좋은 내용이다. 더 나아가 인터넷 중독의 질병 분류 검토 추진이란 내용도 있고, 깨알같이 `하루 일정 시간 통화와 문자 외에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스마트 오프(Smart-Off) 데이 캠페인`까지 있다.
이쯤되면 국가의 친절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질병 분류는 의사들의 토론으로 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스마트 오프 데이 캠페인은 `통화와 문자`는 `본질적` 기능이고, 나머지는 안 해도 그만이라는 발상이다. 몇해 전만 해도 통화는 꼭 필요하고, 문자는 부차적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문자소통은 격식 안 따지는 사이에서나 통했다. 지금은 문자도 상당히 `공식적` 매체고, 격의 없는 대화는 카카오톡으로 한다.
특정 미디어에 대한 인식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변한다. 초기 흥분과 걱정이 가라앉으면 자연스럽게 사용 행태가 정착된다. 인터넷 중독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현재 인터넷 중독률은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새 미디어가 나올 때마다 묵시론적 비관을 쏟아내고 정부가 이에 적극 부응하는 행태는 자제할 때도 됐다. 3년 후엔 `스마트 글래스 중독 실태 조사`나 `3D 홀로그램 미디어 중독 예방 대책`도 내놓을 것인가? 그 시간에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신경을 쓰자.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