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 대한 엔젤투자업계의 기대

도대체 창업기업이 이렇게 투자받기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기업을 방문하면 기업대표나 관계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에 하나다.

[ET단상]`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 대한 엔젤투자업계의 기대

이런 현상은 과거 창업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엔젤투자의 규모가 미미했을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에 의해 이뤄졌고, 이는 벤처기업들의 신뢰성 붕괴로 이어진 것에 기인한다. 또 엔젤투자자가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하고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 주로 코스닥 상장(IPO)뿐이었던 탓도 크다.

창업초기기업이 겪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내 엔젤투자시장은 2000년에는 5493억원 규모였으나, 2011년 말 약 296억원으로 95%나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발표한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창업기업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고 엔젤투자유치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창조경제 마스터플랜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마중물 역할이다.

정부는 이번 정책을 통해 창업기업가와 엔젤투자자간에 무너진 신뢰성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엔젤투자자 육성을 통해 초기 창업기업의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해줄 방안이 마련됐다.

한국엔젤투자협회 엔젤투자지원센터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달 말까지 등록된 엔젤투자자는 3598명이다. 1년 전 1109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약 300%가 늘어났다. 엔젤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묻지마` 투자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는 엔젤투자자의 전문성 고취를 위한 교육으로 초기 창업벤처기업들에게 엔젤투자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기업경영의 파트너 역할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엔젤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과거 창업기업에 대한 엔젤투자의 경우 소득공제 혜택은 10%까지 떨어졌다. 이번에는 50%까지 확대함으로써 엔젤투자자에게 세재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투자대상도 벤처기업에 국한하던 것을 기술평가를 통과한 창업 3년 이내 기업을 추가해 똑같은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이번 조치에는 창업기업의 성장시장 확대 정책도 포함돼 있다. 과거 코스닥 상장(IPO)만이 창업기업의 유일한 출구(EXIT)였으나 이번 정책을 통해 코넥스 시장 신설, 코스닥 진입장벽 완화,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이 가능해 기업성장에 다양한 경로가 열렸다. 엔젤투자자에게도 다양한 투자 회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벤처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가고 있다.

이번 정책은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에 발맞춰 창업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엔젤투자 시장의 도덕적 해이는 이 정책의 취지를 무색케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요소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벤처창업가들의 각성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벤처 1세대 등 성공 기업인이 회수한 자금을 벤처·창업 재투자에 사용하는데 대해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한번 성공해본 사람, 그래서 제대로 아는 사람인 벤처 1세대들이 진정한 의미의 벤처투자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투자 중심의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첫걸음이다.

정부 정책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실행된다면 정부가 표방하는 창조경제 마스터플랜의 성공적 이행을 뒷받침하는 멍석 구실을 하고, 아울러 우리나라의 성장동력 확보에 중요한 밀알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김신곤 광운대교수·브라더스엔젤클럽 회장 shinkon@kw.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