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장들이 영화 산업이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있다고 진단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 감독은 남가주 대학(USC) 뉴미디어센터 개관식 행사에서 너무도 다양한 주체가 생산하는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와 발전하는 인터넷 서비스가 극장으로 향하는 대중의 발걸음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는 종종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과 비교된다. 대박 하나에 죽고 산다. 모든 영화는 스타트업이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팀을 꾸리고 투자를 받고 작품을 공개한다. 영화는 극장, 스타트업은 오픈마켓이 무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는 성공 스타트업, 벤 애플릭의 많은 작품은 실패 스타트업이다. 성공한 영화 스타트업이 되려면 다양한 채널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할리우드 영화는 보통 극장 수입, DVD판매, 방송국 및 항공사 판매 등으로 수익을 내왔다.
두 거장은 할리우드 영화가 전통적으로 수익을 내오던 멀티채널 전략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넷플릭스 등 동영상 스트리밍이 기업과 케이블 사업자가 훌륭한 자체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고 홈 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콘솔 제품이 거실을 점령하면서 DVD 판매가 줄고 있다. 다양한 스마트폰 앱이 영화가 아닌 다른 콘텐츠로 대중을 이끌고 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무엇보다 심각한 건 다른 많은 콘텐츠의 유혹으로 실제 극장을 찾는 관객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시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두 거장은 영화 유통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아이언맨같이 스케일 큰 영화는 여전히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힘이 있지만 드라마와 멜로 장르 영화는 아이언맨과 같은 가격으론 더 이상 극장 흥행하기 힘들다”며 “이들 영화는 관람료를 낮추거나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서비스를 통해 가정으로 직접 파고들어야 한다”고 지적이다.
루카스와 스필버그 감독은 올 여름을 급속한 변화의 시발점으로 봤다. 여름 성수기 시즌에 극장에 걸리는 대작 영화 몇몇이 큰 실패를 맛 볼 것이고 이를 계기로 영화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진다는 전망이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