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만드는 사람들]박재영 아이앤유컴퍼니 대표

창업 열풍이다. 연령과 직업을 가리지 않는다. 20대 대학생, 30대 초보 직장인, 40대 자영업자 심지어 이미 퇴직한 60대 어르신도 있다. 출신 직업도 다양하다. 기술을 가진 연구원은 기본이고 학생, 의사·변호사 같은 전문직도 포진해 있다. 창업 대열에 동참하는 데는 어떤 조건도 필요 없다. 열정과 용기, 도전정신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영화감독이 모바일 분야로 창업을 한다면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영화 같은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졌다.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영화판에서 나름 인정받는 현역 영화감독이 스마트폰 앱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인공은 박재영 아이앤유컴퍼니 대표(36). 창업 배경에 박 대표의 대답은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영화보다 사업이 더 매력 있기 때문이란다. “영화를 전공했고 당연히 졸업하고 영화 관련 일을 했습니다. 나름 실력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다 잠시 개인사업을 하는 선배와 함께 벤처기업에서 일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그게 동기가 돼 아예 회사를 차렸습니다.”

박 대표는 2011년 아이앤유를 설립했다. 작품까지 낸 입장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비록 단편이지만 2008년 `핵분열 가족`이라는 영화까지 만든 신인 감독이었다. 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본격적인 영화 데뷔를 위해 장편 시나리오까지 완성한 단계였다. 직접 쓴 로맨틱 시나리오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영화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 선정될 정도로 주목받았다.

창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막상 사업 아이템이 문제였다. 역시 영화처럼 찾아왔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번쩍 눈이 떠졌다. “로맨틱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커플과 솔로의 연애사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불현듯 이 세상에 좋은 여자와 남자가 이렇게 많은데 정작 연애는 왜 어려운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당장 시나리오 작업을 접고 창업을 실천에 옮겨 `두근두근 톡톡`이라는 음성 기반 메신저를 개발했다. 박 대표는 “솔로들이 서로를 알기 전에 이미 외모와 스펙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해 진지하게 알아가는 과정이 생략된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음성 메신저 앱은 첫 사업이지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주 만에 아이폰 가입자 18만명을 기록하며 소셜네트워크 카테고리 1위를 달성했다. 그러나 미흡한 준비와 운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1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보기 좋게 실패한 것이다. 서비스 운영과 개발 노하우가 부족한 박 대표 입장에서는 실패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허니브릿지`라는 소셜 데이팅 앱을 선보였다. 남녀 만남을 주선하는 많은 데이팅 앱이 있지만 허니브릿지는 독특하다. 다른 앱은 스펙과 외모가 우선이지만 음성으로 상대방을 먼저 만난다. 자체 개발한 매칭 음성 알고리즘으로 만남을 주선해 주고 실시간 대화 후 서로를 좀 더 알아 가면서 친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대화가 끝나고 맘에 들면 프로필을 공개해 인연을 이어간다”고 말했다. 로맨틱영화 감독이 실제 로맨틱한 연애를 주선하는 CEO로 거듭난 것이다. 본인의 부족한 개발 능력을 보완할 천군만마를 만난 점도 큰 힘이 되었다. `돈버는 메신저`로 불리는 `롤(ROLE)`이라는 앱 서비스를 개발한 베테랑 엔지니어 조영준 창재소 대표와 의기투합했다.

허니브릿지는 현재 베타서비스 중이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감`이 좋다. 음성으로 상대방을 먼저 확인한다는 점에 대부분 사용자가 `진한` 흥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말 정식으로 서비스를 공개하고 단계적인 유료화 전환 등 사업 로드맵도 이미 완성한 상태다. 박 대표는 “허니브릿지로 영화 같은 스타트업 성공담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