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이 반토막났다. 전체 산업 투자설비의 35%를 차지하는 삼성·SK·현대차 등 6대 그룹의 설비투자 증가속도도 제조업에 못미치는 2조7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배현기)의 `한국 경제의 저성장 고리를 끊기 위한 설비투자 2.0`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제3차 경제 하락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과거 성장기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었지만 경영환경 변화와 글로벌화로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늘면서 국내 투자는 동력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특히 1998년 외환위기 전후로 총 투자금액의 연간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건설투자 항목의 평균 증가율은 7분의 1 수준으로, 설비투자 증가율은 2분의 1 수준인 5%대로 낮아졌다.
국내 기업이 경쟁적인 외형 확장보다 내실 경영에 주력한 탓이다. 국내 대표 그룹의 보수적인 설비투자도 한몫했다. 삼성, SK, 현대차, LG, 포스코, 롯데 등 6개 그룹 설비투자액은 약 54조원으로 전체 산업의 35%를 차지했지만, 증가속도는 제조업에도 못 미치는 연간 2조7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추세라면 2015년 전체산업의 투자금액은 177조원 수준이며, 제조업과 6대 그룹의 설비투자는 각각 102조원, 59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6대 그룹 중 삼성의 설비투자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고 비중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설비투자 증가속도는 6대 그룹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설비투자 비중도 평균 37.6%로 1위를 차지했다.
포스코도 공격적인 설비투자 성향을 보였다. 포스코의 지난 15년간 평균 설비투자 규모는 보유현금 대비 430%, 매출 대비 10.1%에 달했다. LG는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가 2000년~2004년 사이 정점을 지나 하향세를 보이다가 2008년 이후 증가세로 전환했다.
제조업이 전체 설비투자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산업분류 체계에 따라 최상위 19개 산업 중 제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업종별로는 전자부품 등 IT산업이 가장 빠른 설비투자 증가세를 나타냈다.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통신장비, 제조업은 연간 1조6000억원씩 설비투자비가 증가해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보유현금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1차 금속 제조업이 가장 높았다. 연구소는 성비투자 둔화를 상쇄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라고 제언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산업경제팀 연구위원은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설비투자 2.0을 제안한다”며 “2.0은 자본투입에 대한 고용창출과 경제 기여도를 극대화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용창출, 환경영향, 국내 기여도, 경제 생태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투자 설계도를 작성해 각 산업의 변화된 키워드에 맞춘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표] 제조업 업종별 설비투자 비율
[표] 6대 그룹의 설비투자 증가 추이 자료 -하나금융경영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