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슈퍼컴퓨터 변방으로 밀려났다

중국은 3년 만에 1위 탈환해 대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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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슈퍼컴퓨터 변방으로 밀려났다. 2009년 세계 14위까지 올랐던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순위는 91위로 떨어졌다. `과학기술로 창조경제를 실현한다`는 정부 구호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중국은 3년 만에 1위를 탈환했다.

17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세계 슈퍼컴퓨팅 콘퍼런스(ISC) 2013`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에서 우리나라 기상청이 보유한 `해온`과 `해담`은 91, 9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최고 순위는 2009년 KISTI 타키온2가 기록한 14위다. 2011년 기상청이 더 성능이 뛰어난 해온과 해담을 도입하면서 20위권에 턱걸이했지만 더 이상 투자가 사라진 2012년과 2013년에는 55위와 91위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문제는 단순한 순위 하락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슈퍼컴퓨터 저변 부족에 있다. 슈퍼컴퓨터는 과학 분야뿐 아니라 국방·의료·항공·에너지를 비롯한 폭넓은 산업에서 쓰인다. 한 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한 자존심 차원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에서도 뒤늦게 슈퍼컴퓨터 중요성을 깨닫고 2011년 슈퍼컴 육성법을 발효, 지난해 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업 계획과 예산이 포함되는 시행계획 수립에는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정권 교체 시기가 맞물리면서 사업 추진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오재호 한국슈퍼컴퓨팅협의회장은 “재작년 슈퍼컴퓨터 육성법이 통과됐지만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로드맵 등은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며 “연구계와 산업계에서 슈퍼컴퓨터라는 산업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명확한 시행령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톈허2가 미국 타이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은 2010년 톈허-1A가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선두를 탈환했다. 3위는 미국의 세콰이어, 4위는 일본 케이가 차지했다. 미·중·일 모두 경쟁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어 당분간 세계 슈퍼컴퓨터 시장은 세 나라가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 슈퍼컴퓨터 순위 변동

자료:TOP500.org

한국, 세계 슈퍼컴퓨터 변방으로 밀려났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