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BT융합 바이오경제의 도래

[과학강국 기술대국]BT융합 바이오경제의 도래

1960년대 세계 최빈국에서 국민소득 2만달러까지,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섬유, 제철, 화학,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이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50년이 지난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5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 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신산업이 절박한 시점에 놓여있다”고 분석한다.

[과학강국 기술대국]BT융합 바이오경제의 도래

현병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50~60년 주기로 기술혁신에 의해 세계 경제가 변혁된다는 콘트라티에프 장기 파동이론에 따르면 창조경제는 BT 융복합 기술을 통해 구현될 것”으로 전망하며 “BT가 다른 기술과 지속 융합돼 오는 2030년께엔 바이오경제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BT가 이 같이 주목받는 이유는 질병, 에너지, 환경, 식량 등 인류가 직면한 4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 4대 난제는 서로 연결돼 있어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해결책도 서로 연결돼 있다. 생명시스템 위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답을 찾기 위해서는 BT는 물론 NT, IT, 수학 등 다학제 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BT가 새로운 글로벌 경제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또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산업 성장률을 보면 자동차가 6.4%, IT는 9.5%인데 비해 BT는 14.8%로 가장 높다. BT는 1953년 DNA 발견으로 시작된 제1혁명(분자생물학)을 거쳐, 인간게놈이 총체적으로 해독된 제2혁명(BT+IT 융합)을 지나 인공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제3 혁명(BT+IT+NT 컨버전스)으로 진화 중이다.

BT입장에서 보면 ICT는 큰 고속도로와 같다. 크고 넓게 뚫린 ICT 고속도로 위에 BT라는 자동차를 올려놓음으로써 BT 연구 성과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봤다. 다른 분야와 상호 보완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 효과가 가장 큰 분야다.

BT는 생산과 고용유발 효과는 크지만 대신 산업화 기간이 길다. IT는 그 반대다. 삼성전자와 암젠을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두 회사는 지난 1983년 같은 해 출발했다. 시가총액은 삼성전자가 2150억달러, 암젠은 786억달러로 삼성전자가 훨씬 높다. 하지만 제품 수는 삼성전자가 수백 개인데 비해 암젠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제품 수명주기도 스마트폰이 3개월에 불과하지만 신약은 20년이다.

바이오경제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김정석 생명연 전략정책실장은 “기술융합이 가속화돼 기존에 독립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레드(의약·보건), 화이트(산업), 그린(농식품) 분야 간 연구개발이 통합될 것으로 본다”며 “관련 시장도 새로운 개념의 의약·보건, 산업, 농식품 시장으로 확대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융합산업이 태동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은 바이오 분야에 2010년 1300원을 투자하면 2025년에 1만3000원의 가치가, 4500만원을 투자하면 1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바텔연구소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고용이 컴퓨터산업은 -47.3%, IT 서비스ㆍ통신산업은 -9.7%, 항공부품산업은 〃6.1%를 기록했지만 BT산업만이 유일하게 6.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올해는 생명공학육성법이 제정된 지 30주년 되는 해다. 국내 BT 메카로 자리 잡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오는 2015년이면 설립 30주년이 된다. 생명연이 내놓은 `비전 2015`에 따르면 특정분야에 전문성, 수월성을 보유한 5개 전문연구소를 만들었다. 세계 최초ㆍ최고 기술에 도전할 글로벌 선도 톱 연구그룹 15개 육성이 목표다. 연구방향은 글로벌 플랫폼 기술개발, 차세대 바이오융합 원천기술 개발, 국가 인프라 및 어젠다다.

차세대 바이오융합 연구를 위해 동종, 이종 분야의 타 기관들과의 협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 사례가 IT 국가대표를 자임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실질적인 융합연구, 인력교류다. 현재 실무책임자들 간 u헬스케어, 생물정보, 바이오전자 등 국민행복 증진 및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분야들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협력방안을 협의 중이다.

연구 분야가 유사하고 상호보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화학연구원이나 식품연구원, 한의학연구원 등과 함께 출연연 BT융합협의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현재 신약과 바이오화학, 전염병 및 슈퍼박테리아, 질병·위해물질 조기 탐지 및 진단, 천연물유래 바이오활성물질 등 5개 연구 분야에서 4개 기관 연구자들이 모여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정부와 출연기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할 숙제도 있다. 우리나라가 바이오경제시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와 함께 산학연의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창의적 융복합 연구 지원을 확대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 창출을 촉진하고, 기업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 것도 큰 과제다. 이를 위한 기업 친화적 환경 조성(소득세 감면, 펀드 확대)과 인프라 확충, 법ㆍ규제 개선 등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력 육성과 유치도 시급한 과제다. 국내ㆍ외를 불문하고 우수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최근 BT는 정부에서 인정하는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선정돼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은 기초원천기술개발을 중심으로 진행돼 수요기업이 원하는 요구(Needs)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갭이 발생하고 있다.

실제 기술이전이 된다 하더라도 BT분야는 IT분야 등의 메이저분야와는 다르게 우리의 경우 바이오 산업이 성숙하지 않아 제품 상용화를 위한 꾸준한 후속노력이 필요하다. 현병환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은 “기술이전은 대부분 국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으로 많이 이전되고 있어, 자금부족으로 인한 연구개발 및 제품 상용화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실정”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중소기업 지원 인프라 및 첨단 BT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