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세계 IT인들의 시선이 집중된 애플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팀 쿡 애플 CEO가 기조연설을 시작한 후 신생기업 앙키(Anki)의 보리스 스포만 창업자를 무대로 초청했다. 앙키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다.
그는 무대에 트랙을 깔고 장난감 자동차 레이싱을 시작했다. 트랙 위에 놓인 장난감 자동차는 아이폰과 앱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서도 부딪히지 않고 경기를 한다. 자동차들이 지능을 가진 것처럼 운전 속도와 방향을 조절한다. 향후 애플 생태계의 방향을 제시한 시연이었다. WWDC를 두 번째 참석했는데 지난해 보지 못한 광경이다.
애플은 초대손님을 가장 시선이 집중된 기조연설 초반에 등장시켰다. 앙키는 WWDC 시연 한번으로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보여주기식 협력 행사를 하는 국내기업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OS 생태계에서 폐쇄성을 지적받은 애플은 최근 음성인식비서 `시리`와 잠금화면 API 등을 공개하며 그 어느 때보다 협력사 끌어안기에 한창이다.
스마트폰 시장 1위 OS에 오른 안드로이드도 다르지 않다. 구글은 애플에 뒤진 스마트폰 시장을 개방성을 내세운 연합세력으로 넘어섰다. 제조사와 개발자를 끌어들여 안드로이드폰을 늘리고 구글 플레이를 채워 지금의 생태계를 완성했다. 구글플레이는 애플 앱스토어 추월을 눈앞에 뒀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2002년 아마존 웹서비스(AWS) API를 공개해 협력 판매사를 끌어들었다. 이 결과 2000년 6%였던 협력 판매사 매출은 2010년 36%, 2012년 한때 60%까지 올랐다.
어느 기업에나 통하는 글로벌 성공 방정식이다. 협력사 도움 없이 홀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최근 우리 사회엔 그 어느 때보다 갑을논란이 뜨겁다. 상생은 단순히 도덕과 윤리 차원에서 논할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IT시장을 장악한 기업을 보면 답이 나온다. 상생은 기업 성공의 필수요소지 선택이 아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