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통신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 영화라든가 사진이라든가 전송하기가 외국에 비해 좋죠. 통신 속도 그 자체가 부를 가져오진 않지만 빠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전산자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재호 한국슈퍼컴퓨팅협의회장은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단순히 성능 좋은 컴퓨터를 보유해서가 아닌 슈퍼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연구나 기술, 제품 개발이 가능해 의미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시제품을 직접 개발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모두 합니다. 조선을 예로 들면 파도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뱃머리 각도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하는 작업들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고성능 슈퍼컴퓨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슈퍼컴퓨터는 기초 과학은 물론이고 의료, 항공, 국방 등 국가 경쟁력과 직결돼 각국은 슈퍼컴퓨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육성법을 마련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오 회장은 “육성법이 지난해 통과됐지만 시행방법, 로드맵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금년 중 마련되고 내년 시행되겠지만 결실을 보기에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회장은 세계 순위보다도 얼마나 많은 연구계와 산업계가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는 지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도 선수가 많으면 다음에 또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선수가 없으면 도전 기회조차 갖질 못한다. 슈퍼컴퓨터 역시 사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저변 확대가 중요한 동시에 시급한 이유다.
오 회장은 “기상 예보를 위한 기상청 슈퍼컴퓨터를 제외하면 국내 슈퍼컴 인프라 자원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유일하다”며 “지역에 맞으면서 중소기업들도 슈퍼컴퓨터를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지역 센터들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