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거물이 청와대를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벌써 세 번째다. 지난 4월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구글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가 청와대를 방문한 데 이어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18일 박 대통령을 만났다. 성공 창업가들을 청와대로 직접 초청한 것은 새 정부 정책기조인 창조경제에 대한 전략과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다.
실제로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의 성공사례는 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에 부합하는 측면이 크다. 저커버그는 1884년생으로 올해 서른 살이다.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실리콘밸리 성공 신화를 써내려간 주인공이자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롤모델이다. 공식 행사장에 후드 티와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CEO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했다.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에 선정될 정도로 인류의 삶을 바꿨다는 평가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특출하게 성공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좋은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어느 분야에서든 일가(一家)를 이룬 사람들은 일반인과 다른 그들만의 성공 인자(因子)를 지녔다. 눈물 젖은 빵은 기본이고 강한 신념과 낙천적 사고로 역경을 헤쳐나간 그들의 인생 스토리는 진한 감동을 준다. 특히 창업으로 성공한 기업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지녔다.
하지만 저커버그의 성공은 재능이나 열정과 같은 일반적 속성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10년 전 대학 시절, 그는 기숙사 방에 앉아 재미삼아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놓고 외모를 비교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다. 단 하루만에 5000명의 학생이 모였고, 주변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공유하면 커다란 인맥을 구축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저커버그는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분야에서 `소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했다.
저커버그와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정보통신기술(ICT)과 창의력, 좋은 아이디어를 융합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잘 알려진 만큼, 우리 젊은이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새로운 벤처로 성공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과 설명이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빠진 게 하나 있다. `창조`도 결국엔 `즐거움`과 일맥상통한다. 즐겁지 않으면 창조적일 수 없다. 저커버그 역시 즐겁지 않았다면 페이스북에 그만한 열정을 쏟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회사 매각 제안을 받았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페이스북 인수에 10억 달러를 제안했던 야후 CEO는 “나이와 상관없이 10억 달러를 보고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말할 정도다.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성공하는 원칙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청바지가 아닌 넥타이 차림으로 대통령과 정중하게 인사하는 저커버그 모습이 무척 낯설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일까.
주상돈 성장산업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