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또는 악당, 반역자 또는 애국자. 내부고발자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의 무단 정보 수집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 때문에 내부 고발자가 재조명받는다.

CIO매거진은 `펜타곤 페이퍼`부터 `프리즘`까지 역사를 뒤흔든 기술자, 혹은 과학자 출신 내부 고발자 10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진실을 알리려고 직장과 자유를 잃을 위험을 감수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랜드연구소에서 일하던 군사 분석전문가 다니엘 엘스버그는 1969년 뉴욕타임스를 통해 7000페이지 분량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했다. 미국이 북베트남 어뢰 공격으로 베트남전에 개입했다는 통킹만 사건이 사실은 미군의 조작이라는 게 핵심이다.
엘스버그는 스파이 활동을 이유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닉슨 행정부가 그의 사무실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무죄로 최종 판결났다. 이 사건은 2010년 릭 골드스미스 감독에 의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 다니엘 엘스버그와 펜타곤 페이퍼`라는 영화로 제작됐다.
미국 공중보건국에서 질병 조사를 담당하던 역학자 피터 벅스턴은 미 정부가 1932년부터 40년간 흑인 수백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매독 생체실험 `터스키기 실험`을 고발했다. 벅스턴은 1966년 문제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1972년 지금은 폐간된 워싱턴스타를 통해 이를 만천하에 알렸고 실험은 중단됐다.
이스라엘 원자시설에서 일하던 기술자 모르데하이 바누누는 1986년 영국 선데이타임즈에 이스라엘이 핵탄두 수백개를 개발한다는 핵무기 프로그램을 알렸다. 바누누는 해외로 도피했지만 이탈리아에서 모사드에 납치당해 18년을 복역했다. 2004년 출소 후에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감시를 당하며 해외 출국도 어려운 상태다.
1996년 자신이 임원으로 일하던 담배회사 브라운앤윌리암슨이 담배 중독성을 높이려고 니코틴 양을 늘린 사실을 폭로한 생화학자 제프리 위건드도 대표적 내부고발자다. 그의 폭로 이후 미국 49개 주가 블라운앤윌리암슨을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1999년 영화 `인사이더`로 재탄생했다.
이 외에도 1992년 농산물 중개업체의 가격담합을 고발한 생화학자 마크 휘태커, 중국 해커의 미 정부 전산망 침투를 알린 보안분석가 쉔 카펜터, AT&T 등 주요 통신사가 미 국가안보국(NSA)에 고객 통화기록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기술자 마크 클레인, 미국의 주요 군사기밀을 누출한 브래들링 매닝 등이 잘 알려진 내부 고발자다.
기술사 뒤흔든 내부고발자 10명
자료:CIO매거진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