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마이크로소프트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

사회적 약자, 유리천장 등 사회에서 여성 인력을 바라보는 시선은 수동적인 표현 일색이다. 그러나 지식 사회에서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각광받으면서 많은 기업이 앞다퉈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로 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한다. 본사 기술영업 담당 여성 인력들이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
마이크로소프트는 서로 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한다. 본사 기술영업 담당 여성 인력들이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습.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내부 인력에 대한 다양성과 포용성을 다른 어느 기업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해냈다. 임원, 관리자 등의 인력을 부서 특성에 따라 여성 할당제로 적용하는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은 그 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나라별 조직별 특성에 맞게 여성인력 할당=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은 전 세계 직원이 각자의 다양성에 따라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창출하고,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포용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간다.

지난 3년 동안 MS 본사의 임원을 포함한 여성 인력 비율은 연간 평균 2%씩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마케팅 오퍼레이션즈 사업본부의 미셸 시몬스 전무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법무정책실장 박선정 변호사를 비롯해 영업 및 마케팅 부서에서 두 명의 여성이 상무로, 한 명이 이사로 승진했다.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은 성별이나 국적 등의 경계를 허물고 업계에서 인정받는 대표 인재를 영입해 내부적으로 그 비율을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한다. 단순히 채용 확대 목표가 아닌 더 많은 여성을 임원급으로 끌어 올리고 다양한 역할을 분배하기 위한 전략이 세분화돼있다.

우선 각국 지사별 세부조직별로 여성인력에 대한 목표치를 정하고 수립을 위한 3년 계획을 세워 운영한다. 예를 들어 영업 조직의 여성인력 목표치가 25%라면, 3년간 어떻게 여성 영업을 이끌어 가고 몇 명의 여성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지 숫자를 산정해 사업부에 공유한다. 채용팀에서 계획을 잘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사업부장은 반드시 부장급 이상의 사내 여성 멘토가 있어야 한다. 분기에 한 번은 만나 연초에 설정했던 목표가 잘 수립됐는지 점검받는다. 이는 각 부장의 평가와도 연계된다.

인력 채용 시에도 정규직 및 인턴사원 채용 과정에서는 구직자의 최소 30%를 반드시 여성으로 뽑는다. 한 명 이상의 면접관을 여성 사원으로 투입해 보다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다. 회사를 방문한 대학생에게 회사의 문화와 채용 기회에 대해 설명할 때도 방문자 중 여학생 비율을 사전에 확인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한다.

◇기업 문화 달라지자 성과도 개선=사내 여성 인력의 네트워크를 극대화해 개인의 자기계발은 물론, 업무 성과에 기여하는 제도도 활성화돼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직원들이 각자 쌓아온 역량과 경험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꽃피우자는 취지다.

점심에 한 시간을 활용해 사내 여성 임원과 여성 사원들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는 `브라운백` 미팅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저녁 시간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여직원들을 위해 점심 시간에 진행한다. 아울러 여성 임원과 여성 사원들을 연결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병행해 운영되고 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전체 여직원의 약 30%는 멘토나 멘티로 이 과정에 참여한다.

이 제도는 한 회사지만 다른 부서 직원들과 교류가 전무했던 사내 분위기에 변화를 일으켰다. 엔지니어로 입사했던 한 여성 인력은 이 같은 사내 여성 네트워크에서 관련 정보를 얻은 후 지방으로 이직하는 남편을 따라 MS의 지방 주재 마케팅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이공계 출신이지만 엔지니어로 근무할 때보다 업무 성과가 높아져 사내에서도 성공적인 보직 변경 케이스로 꼽힌다. 육아와 가정 돌보기라는 개인의 고민이 원활하게 해결되면서 기여도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사례는 점차 늘고있는 추세다.

이지민 한국마이크로소프트 HR 부장은 “4~5년 전에 비해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그만둔다`는 말이 많이 줄었다”며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의 위기가 있더라도 회사와 상의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것을 정책적으로 해결해 주니 직원 개인 입장에서도 혜택을 활용하기도 더 쉬워졌다”고 밝혔다.

유현경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케팅팀 부장은 “워킹맘에게는 정해진 시간에 따라 출퇴근하는 환경보다는 본인의 시간에 맞게 탄력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사내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제일 중요한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가장 잘 지원하는 회사”라며 “본인의 업무를 원하는 시간에 처리하면 지각하거나 업무를 적게 한다는 이유로 상사에게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전혀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실적 개선 효과도 나왔다. 약 3년 전 여성 임원이 마케팅 부서를 맡으면서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사내 규정 준수나 윤리성 측면에서 더 강해졌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 영업이익은 3년 간 연평균 35%씩 성장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