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 50%가 넘는 1위를 굳건히 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는 당연하게도 국내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이다. 국내 장비·부품 업체의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없었다면 시장을 선점한 일본을 앞지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수첩]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은 누구보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잘 알고 있다. 패널업체들이 운영하는 동반성장 프로그램에서 이는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공동개발 과제를 발굴해 협력회사에 개발 자금을 무상 지원하는 `크레파스`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장비 공모제도를 협력사뿐만 아니라 전 산업계와 학계로 확대했다. 공모시기도 1년 365일로 늘렸다. 중소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면 이를 채택해 줄 뿐만 아니라 개발 자금까지 지원한다니 다른 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엄청난 동반성장 프로그램임은 확실하다. 기술 한계에 부딪힌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협력업체들과 머리를 맞대 활로를 찾는다는 것도 동반성장 의미에 충실하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프로그램들은 신정부의 생색내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들이 진정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협력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지난해에는 중국 패널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신경이 곤두선 대기업이 중국 수출을 시도하는 국내 장비 업체들을 문제 삼은 바 있다. 한 장비 기업은 이 일로 경찰 수사를 받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해당 업체들을 거래 관계로 붙잡고 싶다면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 그만이다.

패널 업체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강력한 계약 조항이 골칫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비조차 받지 않은 기업이라면 가격 협상도 어렵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말 그대로 `오픈`해야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오픈을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태계는 국내 패널 업체들이 성장하는 텃밭과도 같다. 기왕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작했으니, 진정한 동반 성장의 모범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