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학자 대부분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LTE 광대역 주파수 할당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지난 주말 KISDI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동통신 사업자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니 주파수 할당안의 가지수를 줄이고 조건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미래부가 추가한 4안과 5안에 대해 KT 측은 5안 “조건부 찬성”,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측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첨예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할당안을 당초 계획대로 확정할 계획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통신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올 정책을 공개 후 불과 1주일 만에 확정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을 두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 “KT D블록 할당 시 피해 최소화 필요”
전자신문은 지난 주말 주파수 정책에 의견을 표시해 온 교수 1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실시했다. 가장 적합한 할당안을 묻는 질문에 4안을 3명이, 5안을 2명이 꼽아 의견이 양분됐다.
설문 대상자 중 절반은 응답을 거부했다. 정책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점과 4안과 5안 자체가 지지 여부를 따질 수 없는 안이라는 점을 답변 불가 이유로 꼽았다.
답변자들은 4안 또는 5안 지지 이유로 각각 △4안이 5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정한 방식이라는 점 △5안 선택 시 광대역화 경쟁이 촉진된다는 점을 들었다. 전문가 대부분은 두 안 모두 `KT가 D블록을 낙찰 받을 시 경쟁사가 입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했다.
정부가 △로밍 협약을 유도하거나 △광대역 서비스 개시 조건을 재조정하고 △추가 광대역 주파수를 빨리 경매에 내놓는 등 추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통신사, 상호 신뢰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이번 사태 원인을 소모적인 통신사 경쟁구도와 이로 인한 민원을 정부가 적절히 조정하지 못한 데서 찾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상호신뢰 없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만 선보이려는 통신사 경쟁 생태계가 잘못됐고, 장기 주파수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부도 문제라는 것이다.
김남 충북대 교수는 “할당에 로밍, 대역 스와핑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놨음에도 3사가 기본적인 신뢰가 없어 협의가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진우 고려대 교수는 “3.9세대인 LTE 서비스로 적절한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LTE-A 정책을 서두르는 것은 무리”라며 “대부분 구축비용이 해외 업체에 지불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 생태계 활성에도 도움이 안 되고, 서비스 진화로 인한 합당한 수익 창출도 어려워 통신사 체질약화가 우려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장기 주파수 정책을 재설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안 지지의사를 밝힌 한 교수는 “(지지안을 선택했지만) 이번 경매는 누가 원하는 대로 되든 다른 사업자는 박탈이 심한 구조로 잘못 설계됐다”고 비판했다. 5안을 선택한 다른 교수 역시 “정부가 (논란이 예상되는) 다섯 가지 안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문제”라며 “사업자 논리에 휘둘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SKT, LG유플러스 “재검토”, KT “조건부 수용”
지난 주말 열린 공청회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가 보유한 1.8㎓ 인접 대역인 D블록을 이번 경매에 포함하는 것을 재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KT는 `일부 조건 수정`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토론회에서 “전문가그룹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3개월 동안 경매 방법을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강 상무는 “최소한 D블록이 왜 이번 경매에 포함돼야 하는지 납득시켜 달라”고 강조했다. 이상헌 SK텔레콤 상무 역시 “KT 인접대역 할당 여부와 조건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희수 KT 상무는 “5안은 주파수 이용효율성을 제고해 찬성”이라면서도 “시기와 지역제한 할당 조건은 부당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KT는 경쟁사 담합 등을 이유로 4안을 반대 했지만 강하게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
LTE 광대역 주파수 할당 4안과 5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