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대표가 기존 카드시장을 갈아엎을 기세다. 알파벳 카드로 카드업계 2위로 올라선 현대카드가 기존 카드 포트폴리오를 버리고 `챕터(Chapter)2`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카드의 새로운 카드 포트폴리오를 발표했다. 새로운 10년을 위한 변화의 서막이라는 캐치플레이즈를 내걸고 포인트와 캐시백 두 기능으로 양분한 플러스·마이너스(+·-)전략을 들고 나왔다. +는 고객에게 조건 없이 주는 포인트, -는 조건 없이 깎아주는 캐시백을 의미한다.
정 대표는 “수백 가지 종류의 카드가 남발되며, 카드의 다양성이 선택의 폭을 넓혀 주는게 아니라 혼동을 주는 역설의 시대를 맞이했다”며 “챕터 투 프로젝트를 통해 현대카드는 기존 카드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없애고 상품, 브랜드, 마케팅, 인사까지 모든 걸 갈아엎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M과 X시리즈를 제외한 알파벳 카드 발급은 7월 1일부로 전면 중단한다. 다만 기존 고객 혜택은 그대로 유지한다. 대신 현대카드는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을 핵심 전략으로 들고 나왔다. 이를 통해 기계적 선택권의 패러다임을 제공한 카드 2.0 시대에서 유동적 선택권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카드 3.0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정 대표는 “금액에 상관없이 쓰는 만큼 적립해주는 포인트 극강 M카드와 3단계 캐시백을 제공하는 X카드를 두 축으로 투트랙화 했다”며 “새로운 컨셉트에 맞춰 카드 디자인과 디지털 플랫폼도 도입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퍼박스 기능을 통해 고객별로 제공되는 혜택을 통합해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융합했다. 이어 “포인트와 캐시백을 두 축으로 고객 혜택과 이동을 단순화하고 보다 업그레이드한 게 핵심”이라며 “앞으로 카드 고객은 원하는 시점에 언제 어디서든 금액에 제한 받지 않고 포인트와 캐시백을 사용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7월 1일 새롭게 출시하는 현대카드M 에디션2는 기존 카드 대비 2배 이상의 강력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현대카드 X도 이용실적에 따라 3단계에 걸쳐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핵심 혜택인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으로 카드를 전면 개편했다. 카드 시장 개편과 함께 정태영 대표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담을 과시했다.
금융당국에서 계열사 겸직을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 중인 가운데, 현대 카드와 캐피탈 등 세 곳의 계열사 대표로 겸직 중인 정 사장이 다른 계열사 대표직을 그만 둘지 여부가 관심사다. 정 대표는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그만두라면 당연히 내려놓겠다”며 “계열사 겸직이 문제가 된다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을 앉혀 모시겠다”고 애둘러 표현했다.
카드업계의 새로운 화두인 모바일 결제 시장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일각에서는 현대카드가 모바일 카드를 비롯, 모바일 결제 시장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정 대표는 “모바일 지불결제 시장에 금융사들이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것만을 생각하는데, 우리는 생태계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 하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며 “이미 현대카드는 다른 카드사보다 한발 앞선 모바일 R&D팀을 조직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NFC(근거리무선통신) 등 여러 제반의 모바일 결제 기술 개발은 이미 완료했다”면서도 “아직은 모바일 금융 생태계가 열리지 않은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하되, 관망 중”이라고 답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