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자산업계에 제2의 삼성같은 글로벌 브랜드 육성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24일 `전자 시스템의 도전과 기회(ESCO)`라는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경고했다.
보고서는 ARM홀딩스와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와 같은 영국 기업은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핵심 칩을 만들지만 공급 망에서 상위 기업이 돼야 더 큰 경제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사는데 100파운드를 쓰면 단지 1파운드만이 ARM이나 이미지네이션과 같은 회사에 특허료로 떨어진다. 반면 삼성전자와 같은 브랜드를 가진 제조사는 22파운드를 가져간다.
보고서는 두 나라를 비교하며 한국은 영국보다 작은 인구와 국내총생산(GDP)이지만 삼성과 LG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가졌다고 꼬집었다. 영국은 ARM 등이 최근 급성장했지만 일반 소비자가 알 만한 글로벌 전자 브랜드가 없다. 글로벌 시장을 이끄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IT 4대 천황이 모두 미국 회사다.
후세인 야스사이에 이미지네이션 CEO는 “수익성을 높이려면 디자인과 제조비용을 극복할 수 있는 규모가 돼야 한다”며 “영국에서 글로벌 전자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20년까지 영국에서 글로벌 전자 브랜드를 만들려면 15만 명에 달하는 숙련된 개발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위해 영국 대학을 졸업한 개발자를 비롯한 교육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헬스케어 등을 비롯한 기술 분야 투자를 늘려야 한다.
7월 ARM CEO에서 물러날 워렌 이스트는 “영국 정부는 전자산업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이후 혁신분야로 떠오른 사물끼리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관심도 촉구했다. 보고서는 거대한 투자나 정책 변화를 요구하진 않았다. 영국이 삼성전자와 롤스로이스와 같은 인지도 높은 기업을 육성하고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전자산업계 종사자는 85만6000명이며 이중 절반이 전자기업이다. 나머지 절반은 자종차 제조사와 국방 관련 회사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