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사태` 일파만파…외교 갈등 비화

미국, 중국에 노골적 불만표시

미국 국가안보국(NSA) 기밀 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하고 도피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 파장이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스노든의 러시아 피신을 방조한 중국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신병 인도를 강하게 압박했다. 스노든은 홍콩을 떠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당초 예정된 쿠바행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 사태` 일파만파…외교 갈등 비화

스노든은 24일(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국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에어버스 여객기를 타고 모스크바에서 쿠바 아바나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이 항공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스노든이 이미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 러시아를 벗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스노든이 예정됐던 여객기에 탑승하지 않은 것은 이 비행기에 30여명의 기자들이 함께 타 취재에 나섰기 때문으로 추정됐다.

경유국인 쿠바나 최종 목적지로 알려진 에콰도르 등의 당국과 환승 및 입국 절차와 관련한 최종 조율을 마치지 못해 모스크바 출발을 일단 미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스노든 사태에 대해 “우리는 모든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법치가 준수되도록 다른 나라들과도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 카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결정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미·중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중국과 홍콩 당국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러시아에 “스노든을 미국으로 돌려보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검토하길 기대한다”고 압박했다.

스노든이 망명지로 선택한 에콰도르를 비롯한 관련국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밝혀 신병확보를 위한 외교전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스노든의 신병 처리를 놓고 중국과 러시아 책임론을 거론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에콰도르 정부는 스노든의 정치적 망명 요청을 매우 책임 있는 방식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올렸다. 코레아 대통령은 특히 스노든으로부터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확인하고 주권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카르도 파티노 외무장관은 스노든 사건에서 인권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미국 입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 아직 처리방침을 확정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위키리크스 운영자인 어산지는 스노든이 홍콩을 떠나기 전에 에콰도르 정부로부터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는 난민 관련 서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최종 목적지가 에콰도르인지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