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의 패러다임은 `아이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을 통해 혁신의 아이콘이 된 아이폰은 출시되기 전부터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아이폰의 아성을 위협할 차세대 혁신 아이콘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출시 예정으로, 현재 사용자 테스트 중인 구글 글라스가 그것이다. 구글 글라스는 눈을 깜빡이거나 음성인식으로 명령을 실행할 수 있어 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쉽게 조작할 수 있다. 구글 글라스처럼 우리 몸에 걸치는 안경, 시계 형태의 `웨어러블 컴퓨터`의 성패는 복잡한 기술을 얼마나 사용자 중심으로 풀어내는지에 달려 있다.
![[ET단상]디자인 주도 산업융합으로 `K-디자인` 꽃피우자](https://img.etnews.com/photonews/1306/444793_20130626191126_504_0002.jpg)
이렇게 컴퓨터나 모바일기기 등을 사용자가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설계 또는 그 결과물을 유저 인터페이스(UI)라고 하는데, UI 분야는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영역 중 하나다.
미래의 소비는 더욱 더 디자인과 UI 중심으로 변해갈 것이라는 것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가 소비를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로 구현된 편의와 즐거움, 감성적 만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류가 상상하고 꿈꾸던 미래의 삶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고난도 융합 연구의 성패도 결국 기술과 인간중심적 감성가치를 매끄럽게 이어주는 디자인에 있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융합 개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간중심적 감성과 창조적 상상력의 토대 위에 첨단 기술이 펼쳐져야 한다. 즉, 제품개발의 전(全) 단계에 걸쳐 디자인이 주도적으로 연구개발(R&D)에 관여해야 한다는 뜻이다.
필립스는 지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3년에 걸쳐 디자인연구소 주도로 `미래의 비전`이라는 선행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모두 27개 제품 컨셉트를 발굴해냈다. 이 중 카메라, 내비게이션 등 다양한 기능이 하나의 기기 안에서 모두 구현되는 스마트패드(태블릿PC), 1인용 3D 게임기 등 23개의 컨셉트는 실제 제품으로 개발돼 우리 생활 속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과 2012년에 미래비전 동영상을 공개했고, 우리나라도 2012년 정부 주도로 `미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디자인을 통해 미래 생활의 비전을 제시했다.
융합 연구개발의 토대는 무엇보다 기업의 적극적인 디자인경영과 창의적 융합인재 확보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디자인진흥원도 정부의 지원으로 자체적인 홍보와 비즈니스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디자인기업들의 사업 정착과 자립을 돕는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디자이너 마을)을 구축했다. 경영 여건이 열악한 중소·중견기업에 디자이너를 매칭해 장기간 파견하는 사업도 시범적으로 펼치고 있다. 공학, 경영학, 디자인 등 여러 학과가 한데 모여 연구하는 융합형 디자인대학에 대한 지원도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는 한국디자인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는 해외 홍보와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기반을 쌓는다는 목표 아래 우리나라 최대 디자인 교역국인 중국 베이징에 해외사무소를 개소했다. 지난 8일에는 닝보 시정부와 현지 언론의 적극적인 지원과 뜨거운 관심 속에 닝보시에 `K-디자인 우수상품관`도 열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인 창조경제의 3대 핵심요소는 상상력, 창의성, 과학기술이다. 이 요소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교집합점 안에 존재하는 영역은 다름 아닌 디자인이다. 정부와 기업, 공공과 민간 모두 디자인의 무한한 미래가치에 과감하게 투자하자. 대한민국의 창조적 미래는 창의적인 디자인에 달려 있다.
이태용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taeyong@kid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