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웹툰 작가의 꿈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가슴 떨리는 순간이 있었다. 수업시간 교과서 밑으로 마음 졸이며 만화책을 보던 아슬아슬한 재미는 아득한 추억이 됐다. 이뿐이랴. 여학생들은 만화책 속 주인공을 보면서 미래 남편감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만화를 보며 현실을 넘어서는 멋진 꿈을 꿨다.

[기자수첩]웹툰 작가의 꿈

돌이켜보면 전부 일본 만화였다. 슬램덩크, 명탐정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등 일본 만화 일색이었다. `망가` 세대였던 기자가 30대가 되자 변화가 밀려왔다.

이제 한국 만화가 대세다. 웹툰 덕분이다. 대형 포털이 웹툰을 연재하면서부터 한국 만화는 부흥했다.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최근 63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웹툰은 영화, 소설,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만화가의 상상력이 문화산업 전반에 흘러넘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형 포털이 만화가가 웹툰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지만 한계가 있다. 많은 만화가가 포털 이용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코믹물이나 가벼운 웹툰으로 눈을 돌렸다. 웹툰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장르의 다양화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볼거리도 풍성해지고 다른 문화 산업으로의 2차 응용이 지속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중소 웹툰사이트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문화부와 중소 웹툰사이트는 단순 재정적 지원에서 나아가 왜 만화가가 대형 포털 웹툰 연재에 매달리는지 알아야 한다. 대형 포털 연재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한다. 만화업계는 만화가가 중소 연재사이트로 선뜻 옮기지 못하는 이유를 `기본고료`로 꼽았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기본 고료를 주는 곳에서 만화가들은 안심하고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중소 웹툰사이트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 포털 사이트가 웹툰 작가에게 건강검진을 제공한 것이 이슈가 된 적 있다. 그만큼 만화가가 안정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씁쓸한 얘기다.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선사해온 만화가에게도 창작기금 등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만화에서처럼 꿈꿀 수 있는 미래가 현실화되길 바란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