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용후핵연료 공론화 서둘러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출범 시기가 하반기로 연기됐다. 사용후 핵연료는 고리·한빛(영광)·한울(울진)·월성 등 원전 네 곳에 저장하고 있지만 저장 가능한 용량 1만8000t 가운데 70% 가량이 찬 상태다. 2016년부터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기 시작해 2024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른다.

정부도 가시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이달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를 출범하겠다고 했지만 위원선정을 위한 추천위원회와 지역 인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구성이 여의치 않아 출범 시기를 미뤘다.

늦어도 저장 공간이 포화하는 2024년 이전엔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할 시절이 준공돼야 한다. 남은 기간은 불과 10년이다. 앞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할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과정을 보면 10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영구 폐기물 처분장 마련을 위해 부지선정을 추진했으나 지역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2003년 부안군이 단독으로 유치 신청서를 제출해 부안군 위도가 폐기물 처리장 부지로 선정됐지만 주민보상 문제와 부안 주민·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2004년 말 방사성폐기물을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분리해서 처분하기로 해서 2005년 경주가 부지로 최종 선정됐다. 애초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은 2010년 6월 완공예정이었지만 계속 미뤄져 2014년 6월 준공 예정이다. 1980년대 후반에 시작한 부지선정작업이 3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중저준위 보다 민감하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는 불 보듯 뻔하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부지 유치작업 때 보다 험난한 항로가 예상된다. 하루라도 빨리 공론화위원회를 발족해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판에 지난 정부는 `폭탄돌리기`하듯 이번 정부로 미뤘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는 과거보다는 더 차분한 이해와 설득작업이 필요하다. 납품비리와 원전 사고 은폐, 시험성적서 위조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한국수력원자력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늦었지만 과거의 전철을 밟지 말고 국민과 충분하게 대화하고 수렴하는 현명함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