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마케팅의 미래]<7>스토리 있는 여행 콘텐츠의 중요성

삶이 팍팍하게 다가올 때면 사람들은 여행의 충동을 느끼게 마련이다. 필요한 여행정보는 서점이며 인터넷에 차고 넘쳐서, 무엇을 봐야할지 부담스러울 정도다. 관련 정보가 폭증하게 된 배경에는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 개인 미디어 활성화가 있다. 덕분에 새로운 풍속도가 등장하게 됐다. 맛있는 음식, 멋진 풍경, 재밌는 상황이 벌어지면 으레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른다. 사진첩에 보존하기 보다는 개인 미디어를 통해 근황을 전하는 식으로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문화 마케팅의 미래]<7>스토리 있는 여행 콘텐츠의 중요성

개인 미디어를 통해 여행정보가 공급되면서 사람들은 보다 손쉽게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새로 등장한 미디어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신속한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등 전문지 등 과거 오프라인 미디어가 반영치 못하던 점을 해결했기 때문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무료라는 점은 신 미디어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사람이 모이면 시장이 생긴다. 여행과 맛집에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이 등장했고, 기업은 이들를 후원하며 홍보효과를 기대한다.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는 정보를 찾는 것보다 정보를 선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고만고만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홍보 목적이거나 왜곡된 정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개인 미디어 정보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게 됐다.

사람들은 여행지에 대한 (거기서 거기인) 엄청난 양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춘 듯 한 단 하나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여행콘텐츠는 개인미디어를 만나 폭발적으로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이제는 건강관리를 위해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양적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정보 질적 수준 문제는 내국인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치명적이다. 우리 문화에 대해 배경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외국인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여행을 망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다. 최근 원화가치 상승에도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광 매력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호조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일단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다는 것은 호재다. 문제는 한 번 우리나라를 찾은 그들이 다시 찾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콘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는가이다.

지난해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한류의 불을 다시 지폈지만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를 바꿔놓지는 못했다. 외국인은 여전히 서울 시내 고궁과 인사동 등을 둘러보고 명동과 홍대에서 쇼핑한다. 일본인 관광객이라면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 남이섬을 찾는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에 관련 정부기관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2017년 외래관광객 17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마련했는데 그중에는 지역관광활성화도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만큼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외국에 관광을 가는 이유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직접 확인하고픈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대도시보다는 고즈넉한 지방 소도시가 더 많은 장점을 가진다.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낙후된 관광 인프라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후속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을 그 장소로 이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한 경험을 개인미디어에 콘텐츠로 작성한다고 상상해 보자. 비슷한 느낌의 풍경 사진과 단편적인 감상이 나열된 콘텐츠로는 입소문이 퍼지기 어렵다. 하지만 여행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이고 관광객 본인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을 준다면 아직 한국을 방문하지 않은 이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각 지방마다 이야기의 꽃을 피울 씨앗은 충분하다. 그 씨앗은 민담이나 설화, 역사·문화 유적· 특산물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아오모리현의 `합격 사과 이야기`는 좋은 예다. 아오모리현은 예전부터 일본 최대의 사과생산지로 유명했지만 여기에 이야기를 덧입히자 하나의 관광브랜드로 발전하게 됐다. 지역관광활성화라는 과제를 풀어나갈 열쇠는 결국 지역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 아오모리의 사과처럼 말이다.

이호열 문화마케팅연구소 공장장 culturemkt@culturem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