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한게임 분할, 마침표 아닌 글로벌 도약 출발점

`매출 88억원에서 2조원으로(227배).`

지난 2000년 4월 두 작은 벤처 기업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 합병으로 탄생한 NHN의 성적표다. 이해진(네이버), 김범수(한게임)라는 걸출한 스타 CEO를 길러내며 우리나라 벤처 성장사의 맨 앞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NHN이란 이름 아래 `2인 3각`으로 달려온 네이버와 한게임이 13년 만에 묶인 다리를 풀고, 이제 각자 뛴다. 각각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극대화해 국내 성공을 넘어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안고서다.

두 기업의 합병이 인터넷 산업의 여명기를 열고 성공 신화를 만들어 왔다면, 네이버주식회사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독립하는 두 회사는 이제 글로벌 공략이라는 미래를 열어간다.

NHN은 글로벌 시장에 끊임없디 도전해 왔다. 한계가 뚜렷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에 합병 초기인 2000년부터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NHN 자체 수익 모델도 뚜렷하지 않던 시기였다.

NHN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일본에서 SI(시스템통합)를 해서라도 회사를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2000년 9월 자본금 3000만엔 규모로 한게임재팬을 설립했고, 11월에는 네이버재팬을 설립했다. 2003년 10월에는 네이버재팬과 한게임재팬을 합병해 NHN재팬을 만들었다.

한게임재팬은 2004년 600만명 일본 회원과 동시접속자수 6만5000명을 돌파하며 일본 게임 포털 1위에 등극했다. 일본인 특성에 맞춘 아바타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 2008년 일본 매출 100억엔을 돌파했다.

`던전앤파이터` `테라` 등 다양한 우리나라 게임이 한게임재팬을 통해 일본에 퍼블리싱되는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우리나라 게임을 세계에 확산시키는 역할도 했다.

2004년에는 중국 게임포털 아워게임을 1000억원에 인수했고, 2005년에는 김범수 당시 글로벌 대표가 직접 총괄해 NHN USA를 설립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2010년 아워게임의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중국 게임 사업에서 철수했고, 2011년 NHN USA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지게임스를 아에리아게임즈에 현물 출자 형식으로 매각하며 해외 진출을 재정비했다.

결실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왔다. 2011년 나온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매달 출장 가며 일본을 챙긴 이해진 의장과 일본 대지진 때 일본에 남아있던 직원들이 지진의 불안감 속에서 함께 모여 밤을 새며 만든 노력의 결과였다.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 등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지난 1월 출시 19개월 만에 사용자 1억명을 돌파했다.

NHN은 모바일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각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월 모바일 전문 기업 캠프모바일과 라인의 글로벌 공략을 지원할 라인플러스를 설립했다. 이번에 한게임 분할까지 마치며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라인은 현재 세계 230여개국 1억8000만명이 쓰는 글로벌 메신저가 됐다. 캠프모바일도 스마트폰 폰꾸미기 앱 `도돌런처`와 폐쇄형 SNS `밴드` 등으로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독립 뒤 나올 대형 신작과 퍼블리싱 기대작들로 글로벌 게임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이해진 의장은 “글로벌 진출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고 해도 도전하겠다. 우리가 실패하면 우리를 밟고 후배들이 또 도전하고 도전할 거다. 언젠가는 계란이 바위를 깨지 않겠느냐”며 해외 시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