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초당 100경번 연산이 가능한 엑사플롭스급 슈퍼컴퓨터 개발을 앞당길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다. 중국이 압도적 성능으로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한 데 따른 대응책이다. 미국은 슈퍼컴 저변이나 보유 대수 면에서 여전히 세계 최고지만 중국의 급성장에 상당히 놀라는 눈치다.

1일 외신에 따르면 랜디 훌트그렌 미 연방 하원의원은 미국 에너지국 내년 슈퍼컴 예산을 현행 4억6500만달러(약 5310억원)에서 8억6500만달러(약 9880억원)로 두 배 가까이 늘리자는 `미 슈퍼컴퓨팅 리더십(American Super Computing Leadership Act)` 법안을 발의했다.
공공 정보화 프로젝트 투자 우선순위에서 슈퍼컴이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2004년 `슈퍼컴 부흥법`을 발표하고 에너지성 주도로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8년까지 엑사플롭스급 슈퍼컴 개발이 목표지만 오바마 정부의 예산절감 정책(시퀘스터)으로 투자를 줄였다.
이대로라면 당초 예정된 차세대 슈퍼컴을 개발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법안 발의 배경이다. 엑사플롭스급 슈퍼컴은 현재의 페타플롭스(1초에 1000조번 연산 속도) 성능보다 1000배 빠르다. 일본과 중국도 2020년 이전에 엑사스케일급 슈퍼컴 개발을 위해 투자를 늘린다.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세계 슈퍼컴퓨팅 콘퍼런스 2013`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 톈허2는 33.9페타플롭스 성능이다. 2위로 밀린 미국 슈퍼컴 타이탄은 17.59페타플롭스로 톈허2의 절반에 그쳤다. 문제는 지난번과 성능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투자가 뒤따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훌트그렌 의원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 슈퍼컴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미국의 투자가 줄어들면서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다는 뚜렷한 표시”라며 “슈퍼컴 주도권 상실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슈퍼컴이 과학과 의료, 국방 분야에 필수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같은 고통스러운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가 안보와 전쟁 억제에 필수적인 핵 원자재 관리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재가 노후화될수록 기능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할 고성능 슈퍼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훌트그렌 의원은 “엑사스케일 컴퓨팅이 가져올 여러 이익을 감안하면 중국과 다른 나라에 슈퍼컴 리더십을 빼앗겨선 안 된다”며 “법안 발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훌트그렌 의원과 관계자들은 앞서 지난 5월 22일 미 슈퍼컴퓨팅 리더십 행동 발의를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