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0조원 규모에 가까워질 동남아시아 오픈마켓 시장을 차지하려고 중국과 일본 대표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 1위 타오바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는 동남아 화교 수요에 기대를 건다. 일본 선두 라쿠텐은 인수합병으로 단숨에 기반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90억달러(약 10조4000억원) 수준인 인도네시아·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 5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2020년께 250억달러(약 28조8400억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아직 금액은 크지 않지만 가파른 성장세에 알리바바와 라쿠텐이 군침을 흘린다.
알리바바가 믿는 구석은 동남아 화교 시장이다. 세계 4500만 화교 중 3000만명이 동남아에 산다. 중국 문화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알리바바가 습관이나 기호를 잘 파악할 수 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타오바오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이용자가 각각 20만명을 웃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지만 2012년 거래액은 2011년보다 80%나 늘었다.
타오바오에서 동남아 이용자가 선호하는 품목은 여성 의류와 가방이다. 알리바바는 동남아 사업에 힘을 더하기 위해 현지 물류 업체와 협력을 모색 중이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타오바오를 창구로 해서 물건을 일괄배송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라쿠텐 전략의 핵심은 인수합병이다. 라쿠텐은 2009년 태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타랏닷컴을 인수했다. 타랏닷컴 디자인을 일본 라쿠텐이치바와 비슷하게 바꿨다. `Rakuten`이란 로고를 크게 붙이고 `전 상품 포인트 3배 적립` 이벤트로 고객을 유혹한다. 타랏닷컴 내 판매 점포는 이미 2000곳을 넘어섰다.
인도네시아에는 2011년 라쿠텐브란자온라인을 열었다. 500개 점포가 각종 물건을 인터넷으로 판매한다. 자체 오토바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쿠텐은 말레이시아에도 최근 독자 진출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3국의 거래액은 일본의 1%를 밑돌지만 성장 가능성을 믿고 투자 중이다.
동남아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스마트폰과 온라인 결제, 물류가 쥐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자료를 보면 동남아 인터넷 보급률은 20~30% 수준에 그치지만 휴대폰은 1인당 한 대 꼴에 근접했다. 중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스마트폰 교체가 이뤄지면 모바일 전자상거래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결제와 물류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높다. 은행 입금 외에는 뾰족한 결제 수단을 찾기 힘들다. 미쓰비시스미토모카드 등이 동남아 온라인 결제 인프라에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물류 역시 외국 기업 투자 제한처럼 규제가 많아 난항을 겪고 있다.
알리바바와 라쿠텐 현황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