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72>무시하지 말고 무서워하자!

무서워하지 않고 무시하기 시작하는 순간, 태만(怠慢)이 기어들어오고, 자만(自慢)이 걸어 들어오며, 교만(驕慢)이 날개를 치고, 오만(傲慢)이 방자하게 하늘을 날면서 세상에는 배울 게 없고 오로지 내가 가진 지식이 최고라는 착각에 빠지기 시작한다. 자신을 변명하거나 두둔하지 말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신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못난 현실 안주를 부끄러워하자.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느껴야 그 시점에서 자기계발이 시작된다. 어떤 분야에 대해서 좀 안다고 잘난 체하기 시작하면 남도 나를 잘난 사람으로 보기보다 없신여기기 시작한다. 많이 알수록 겸손해지고 내가 아는 것도 보잘 것 없는 지식으로 생각하자.

항상 자신에게 되물어 볼 게 있다. 내가 지금 아는 게 과연 진짜 아는 것일까? 진짜 아는 것은 사물의 본질이나 현상의 보이지 않는 이면을 꿰뚫어보는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는 뭔가를 안다고 착각하고 안다고 착각하는 것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 그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대학을 졸업하면 학사 학위를 받는다. 이제 모든 걸 알 것 같다는 깨달음과 함께. 그러나 학사는 들은 적은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들은 적은 있으나 설명할 수 없는 상태를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부터 공부는 거기서 멈춘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할 때 더 깊이 알려는 노력을 멈춘다. 이런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알고 있으나 별로 도움이 안 되는 현상(Learned Helpless)이다. 늘 새롭게 배우려는 노력보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버티고 견뎌낼 것인지에 골몰하다보면 진짜로 현실에 매몰 될 수 있다.

부단히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살아 있으나 목숨만 붙어 있는 상태, 치열한 공부를 계속하지 않는, 배우지 않고 상식과 통념을 먹고 사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더 이상 세상의 주연 배우로 등장할 수 없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