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영원한 성장과 수익이 보장되는 블루오션 사업이란 없다. 창업 초기에 추진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면밀히 살폈다 하더라도 사업 도중 성장 영역을 이탈할 조짐을 보인다면 신속한 방향 재설정이 필요하다. 국가경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경제에서도 국가의 주요 경제지표는 성장 영역에 있어야 하며, 변수가 생기면 방향을 수정해 성장 쪽으로 돌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속적인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 최두환 서울대 교수는 이에 대한 방법론으로 `스마트 무버(Smart Mover)`를 제시한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빠른 추격자)`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선도자)` 시대를 넘어 빠르고 확실한 방향전환이 핵심인 스마트 무버 전략이 가미될 때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이 배가된다는 설명이다. 이른바 `스마트 경영론`이다. 최 교수가 얘기하는 스마트 경영론으로서의 스마트 무버의 개념과 가능성, 적용방법, 합리적인 생태계 구축방법, 그에 필요한 인재양성법 등을 짚어 본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경제를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회자되는 주제 중 하나가 패스트 팔로어와 퍼스트 무버다. 패스트 팔로어는 성공한 기업을 빠르게 추격해 블루오션을 함께 공유하는 전략이다. 퍼스트 무버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서 시장을 창출해 간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그간 앞선 자의 뒤를 따르는 `추격자(Follower)`에서 시작해 남보다 빨리 뒤따라 하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를 거쳐 이젠 남을 앞서는 `선도자(First Mover)` 지위를 넘볼 수 있는 상황에 다다랐다. 이 때문에 최근 이곳저곳에서 `한국의 선도자론`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우리가 단순히 이분법적 구분만을 따져 선도자 전략만을 추구한다면 여러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기본적으로 살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시장, 기술, 경영이다. 우리가 어떤 것을 남보다 잘 따라할 수가 있고, 가끔은 따라하면서 선두를 앞설 수만 있다면 빠른 추격자가 나쁜 선택은 아니다. 시장 관점에서 빠른 추격자는 선도자가 개척해 놓은 시장을 겨냥하면 되므로 시장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기술 관점에서는 먼저 개발된 제품이 있으므로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지 한결 쉬워진다. 경영 관점에서는 방향 정립과 재원 투입의 불확실성이 제어된다. 남의 앞선 성공을 따라서 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요소가 줄어든다. 빠른 추격자의 장점이다.

당연히 단점도 있다. 시장 관점에서는 이미 선도자가 선점한 탓에 큰 규모의 시장 확보가 어렵다. 기술 관점에서는 아이디어와 방법이 특허로 보호돼 있어 과한 기술료 부담이 따르거나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아이디어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경영 관점에서는 시장 후발주자인 만큼 이익률이 떨어진다. 정착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분야에서 우리가 따라할 선도자 대상기업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빠른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가 돼야 하는 상황이다.

선도자로 성공할 수 있는 요건을 따져보자. 시장 관점에서는 새로운 시장의 존재를 예측하고, 적기에 그 시장에 진출해야 하고, 그 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시장 예측도 어렵지만 적기에 그 시장을 공략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보자. 태양광, 전기자동차의 시장은 분명 확대될 것이다. 그렇다고 시장의 잠재력만 보고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당사자가 아닌 주변인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Gain)`이라는 말을 쉽게 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국가의 경영은 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는 것이지, 확률을 걸고 하는 무모한 베팅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술 관점에서는 자기의 기술을 범용 표준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많은 창업자를 만나보면 자기 기술은 특허로 보호돼 있다고 과신한다. 특허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자기 기술을 다른 기술로 쉽게 우회할 수 있다면 금방 빠른 추격자에 의해 허물어지고 만다. 자기 기술을 보호해 나갈 능력이 있어야만 선도자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의 예는 일본의 HDTV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남보다 몇 년 일찍 시작한 일본의 HDTV는 시장도, 개발 도, 재원 문제도 아닌 기술의 사실상 표준화의 문제에서 실패했다.

경영 관점에서는 자기의 사업을 영위할 리소스 조달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부족하면 빠른 추격자에게 좋은 징검다리를 제공하는 시행착오만 겪게 된다. 넷스케이프와 익스플로러 사례에서 배운다. 넷스케이프는 시장도 기술도 충분했지만 경영 리소스에서 밀렸다. 윈도를 바탕으로 도전하는 익스플로러를 견디지 못했다. 리눅스가 왜 오픈소스 상태를 유지할까. 물론 철학이 주된 이유겠지만 과연 마이크로소프트와 맞서기만 했다면 지금의 성과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시장과 기술 외에도 여러 경영 리소스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선도자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앞서서 위험을 감수하면서 개척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숱한 조건이 나와 맞아야 성공한다. 그래서 함부로 선도자 전략을 취하지 말자고 한다. 남보다 잘난 선도자를 지향하기보다는, 기회와 가능성을 남에게서 배우고 확신이 설 때까지는 섣불리 덤벼들지 말고, 이것이다 싶을 때 재빠르게 움직여 경쟁에서 앞서나가 쟁취하는 `스마트 무버(Smart Mover)`가 돼야 한다. 누군가는 부끄럽다 할지 모르지만, 배워서 앞서는 것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실패하는 선도자보다는 성공하는 스마트 무버가 중요하다.

최두환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