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온라인 신문고` 열었지만 국민은 시큰둥

중국 정부가 온라인 신문고를 만들었다. 취지는 좋지만 이용자 폭주로 시스템이 다운되고 운영도 부실해 빈축을 샀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시민이 온라인으로 국가에 청원할 수 있는 `국가 고소 접수 사무소(國家投訴受理辦公室)` 사이트를 열었다.

이달 문을 연 `국가 고소 접수 사무소` 사이트 메인 페이지. 신분을 등록한 후 청원 내용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이달 문을 연 `국가 고소 접수 사무소` 사이트 메인 페이지. 신분을 등록한 후 청원 내용을 올릴 수 있게 돼 있다.

옛날부터 중국은 정당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시민이 수도인 베이징으로 직접 찾아와 황제에게 불만을 토로할 수 있는 `상팡(上訪)` 제도를 운영해왔다. 한국에 빗대면 일종의 신문고 제도다. 지방 관료들은 상팡을 막으려 갖은 꼼수를 부렸다. 상팡이 쓸모없다는 비판을 들어온 이유다. 사이트 운영으로 이제 집에서도 온라인으로 청원이 가능해졌다는 점에 중국 시민들은 환호했다.

1일 문을 열자마자 사이트가 폭주했다. 오전에 다운돼 오후에야 정상화됐다. 중국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청원 시스템을 반기면서도 한계를 지적했다. 주민번호를 포함한 상세 인적사항을 등록해야 청원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신분과 함께 불만 내용이 노출될 수 있어 보복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기술적 문제도 제기됐다. 청원 사이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에서만 이용 가능하며 한 번에 2MB 용량만 업데이트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가동 첫 날부터 서버가 다운됐다는 사실은 정부의 불성실한 면모를 보여준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이 시스템이 미국 백악관 온라인 청원 시스템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을 어설프게 따라한 아류작이라 비판한다. 위 더 피플은 단지 이메일 주소만 등록하면 청원이 가능하다.

최근 중국 정부의 `무응답`에 화가난 한 중국인 소년이 위 더 피플에 올린 청원 글에 10만명 이상이 서명해 답변을 받은 사례도 있다. 백악관 청원 시스템은 서명하는 이가 10만명이 넘으면 반드시 공식 답변을 하도록 돼 있다. 시민들은 한 발 나아간 중국 정부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