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휴대폰 제왕`이었던 노키아가 여전히 피처폰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내고 있다. 강력한 배터리 수명과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수요 맞춤형` 생산을 한 것이 주효했다.

2일 CNN에 따르면 노키아는 저가 피처폰 `노키아105` 흥행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매출은 1분기 58억5000만유로(약 8조6547억원)에서 2분기 72억유로(약 10조6519억원)로 올라갈 전망이다.
노키아105의 기본 전략은 `박리다매`다. 소비자 가격이 단돈 20달러(약 2만3000원)에 불과하다. 컬러 스크린에 문자메시지 전송과 통화, 계산기, 라디오 청취 등 간단하지만 필수적인 기능을 다 갖췄다. 8년 전 노키아 전성기 시절 가장 잘 팔렸던 모델인 `노키아1110`과 거의 유사한 제품으로, 가격만 3분의 1 정도로 낮췄다.
아이폰이나 갤럭시 시리즈처럼 다채로운 기능은 없지만 통화 12시간 30분, 대기 35시간이라는 엄청난 배터리 수명을 자랑한다. 덕분에 아프리카와 인도, 라틴아메리카 등 전기 공급이 불안정한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지난해 노키아 생산량의 90%는 저가 피처폰이 차지했다.
수익성도 좋다. IHS애널리시스 그룹에 따르면 노키아105 한 대를 팔 때마다 약 6달러의 이익을 남긴다. 마진율이 30%를 육박한다. 애플 아이폰5의 이익에 비하면 68% 정도 적지만 원가가 아이폰5 30분의 1 수준이라서 박리다매 효과를 톡톡히 본다. 높은 마진율의 저변에는 노키아의 획기적인 제조비 절감 노하우가 있다. 노키아105의 제조 원가는 14달러 정도다.
웨인 램 IHS그룹 연구원은 “노키아105는 싱글칩에 대부분의 시스템 기능을 통합해 생산비용을 비약적으로 줄였다”고 밝히고, “비록 스마트폰이 훨씬 주목받고 있지만 노키아에겐 여전히 남아있는 단순 피처폰 수요가 매우 중요한 수익원”이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노키아105에 적용된 기능과 소프트웨어를 `노키아 라이프`라고 칭하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노키아 라이프란 기본적인 통화 기능에 시계와 플래시라이트, FM라디오 기능, `스도쿠`를 비롯한 5종의 게임, 육아와 건강을 위한 조언, 지역 뉴스와 영화소개 콘텐츠 등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말한다.
노키아105는 노키아 핸드셋 사업부의 운명이 걸려 있는 야심작이다. 지난 2010년 취임한 노키아 최고경영자 스티븐 엘롭은 노키아가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데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2분기는 2년의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노키아가 저가폰의 높은 수익성을 발판으로 고가 모델 판매를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프란시스 제로니모 IDC 연구원은 “휴대폰 시장에서 박리다매 전략은 노키아에 큰 기회”라며 “처음 저가모델을 사용하던 소비자들은 점차 노키아의 고가 모델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키아 매출 추이
자료: 노키아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