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이 2016년까지 아날로그 업무 문화를 디지털로 전환한다. 판결 지연의 주요인으로 지목받는 종이서류를 전자문서로 대체하고 무선인터넷과 영상 스크린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2일 인포메이션위크에 따르면 영국 법무부는 1억6000만유로(약 2400억원)를 투자해 2016년까지 `디지털 법정 전환 사업`을 추진한다. 경찰과 검찰, 법원 간 업무 절차를 시스템화하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빠르고 정확한 판결을 위해 종이 중심이던 형사사법시스템을 디지털로 바꾼다. 형사사법시스템은 경찰수사 결과를 비롯해 재판에 필요한 정보가 담긴 법원의 핵심 자료다. 각 기관이나 법원 내부에서 종이서류 유통으로 정보가 분실되거나 잘못된 정보로 인한 재판 연기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했다.
영국 법원과 검찰이 사용하는 종이는 한해 1억6000만장에 이른다. 웨일즈에서 가장 높은 산인 스노우든(1085미터)의 15배에 맞먹는 높이다. 디지털화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종이 없는 환경도 만들 수 있다.
법정에서는 `디지털 증거 스크린`이 종이 서류를 대신한다. 증거 영상을 재생하는 데도 쓰인다. 증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아도 원격으로 증언할 수 있다. 증인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검사와 변호사, 판사를 비롯한 법원 직원 모두가 재판 관련 문서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무선 인터넷 환경이 필수다. 법무부는 500개 법정에 무선 인터넷을 설치한다.
영국 법원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시범사업에서 단순 절도부터 심각한 폭력까지 80여 사건을 디지털 시스템으로 처리했다. 법원 관계자 모두 무선인터넷과 디지털 증거 스크린에 만족감을 표했다.
다미안 그린 영국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영국 법정은 서류 업무로 인해 소송 절차가 매끄럽지 못하고 심지어 주요 증거 자료가 유실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디지털 법정 전환 사업으로 업무 절차를 선진화하고 신속하고 정확한 판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