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TV 코미디 프로그램의 `황해`라는 코너가 화제다. 전화상이지만 다양하고 지능적인 상황을 설정함은 물론이고 상대방이 깊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붙여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려하지만 결국 어눌한 한국말과 상황대처 능력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하는 내용이다. 코믹한 설정이지만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가 늘어나는 데 따른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에는 그만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전화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지난 2006년부터 올해 5월까지 경찰청이 접수한 피싱 사기는 4만2000건에 이른다. 전체 피해액은 4380억원이다. 피해자 1인당 평균 피해액은 992만원이다.
문제는 피싱 기법이 고도화하면서 피해는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피싱 피해자는 경제활동 계층인 30~50대가 74.5%로 가장 많지만 60대 이상과 20대 이하 피해자도 25%를 넘었다. 검찰이나 우체국 등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을 사칭한 피싱이 전체의 49.5%에 이르고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사례도 34.3%로 집계됐다. 피싱 사기단은 발신번호를 조작해 공공기관 대표전화를 상대방 전화에 표시하는 방법까지 동원한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전체의 47.1%로 가장 많은 이유다. 최근엔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하면서 피싱 사기수법은 더욱 다양화하고 지능화됐다. 피싱사이트(31.4%), 파밍(21.5%)에 의한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는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보안지침을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늘어나는 신·변종 피싱 기법에 번번이 뚫렸다. 금융·증권사도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전담 직원을 늘려서 배치하지만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싱 피해를 줄이려면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국민의 인식확산이 시급하다. 피싱의 수단이 되는 대포통장을 근절할 특단의 대책과 함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피싱방지 교육이 필요하다. 또 가능하면 수사기관과 금융당국·금융기관·통신사 간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단속을 전개해 기승하는 피싱을 막아야 한다.
IT가 발전할수록 피싱 기법도 지능화하고 다양화하게 마련이다. 정부도 끊임없이 예방대책을 펼쳐야겠지만 피싱 범죄의 최초 접점인 국민도 늘 피싱을 경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