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동조합이 미래창조과학부를 규탄 대상으로 지목했다.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부를 규탄하고 광화문 사옥 앞에서 장외집회도 열었다. 3일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에는 `미래부 장관을 만나겠다`는 보도자료를 보내는 등 그야말로 24시간 투쟁체제에 돌입했다.
![[기자수첩]회사를 대신해 정부와 싸우는 노조?](https://img.etnews.com/photonews/1307/448896_20130704172648_262_0001.jpg)
보통 노조의 상대는 그들을 고용한 `사측`이다. 노조는 사측이 근로자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지나치게 저해하면 투쟁을 하고,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대승적 협력을 하기도 한다.
물론 노조의 상대가 정부가 될 때도 많다. 대부분 정부가 사측의 편에 서 근로자들이 바라는 바와 반대되는 정책을 펴는 경우다. 그런데 미래부는 KT의 편에 서서 노동자의 권익을 저해하지 않았다.
KT노조가 미래부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광대역 롱텀에벌루션(LTE) 주파수 할당 방안이 마음에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KT노조는 “분노를 넘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성명서에서 “정부의 주파수 할당 정책은 통신 재벌에 국민기업 KT를 고스란히 바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조는 그 동안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했음에도 정부가 발표한 이번 주파수 할당 방안은 정부정책으로서의 철학도 원칙도 없고, 창조경제마저 부정하는 방안”이라고 발표했다.
여러 번 곱씹어도 합리적인 노조의 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주파수 할당방안이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다른 안보다 더 유리하다고 해서 `국민기업 KT를 재벌에 바치는 것`이라는 논리는 심각한 과장이다.
뒷부분은 더 어이가 없다. 노조가 정부에 (투쟁하지 않고) 협조해왔는데 왜 우리 회사에 안 좋은 방안을 정했느냐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측을 대신해 정부에 협조한 노조를 정상적인 노조로 보기도 힘들다. 또 미래부가 설령 창조경제를 부정했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의 권익과 무슨 상관인지 도통 모르겠다.
KT노조가 기자회견을 마치자 회사 홍보실을 통해 자사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노조도 마찬가지 꼴이다.
노조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 장외집회까지 불사했을까. 혹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주파수 전쟁이 노조 대리전으로까지 비화된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