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에너지테크혁신포럼, 지속성이 중요하다

세상이 온통 융합이다. 융합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개념이 아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해 새로운 기구나 장치를 만드는 것도 융합이다. 소나 말이 끌던 수레에 증기기관이나 엔진을 장착해 만든 기차나 자동차도 융합이다. 세포가 합해지는 것부터 시작해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 융합에 이르기까지 무궁무진하다. 융합이라는 개념을 알고 썼는지 모르고 썼는지를 떠나 융합은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줬다.

현대사에서 가장 큰 변혁을 가져다 준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오프라인 중심 사회를 온라인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엔 오프라인 중심 사회에 인터넷이 결합한 것을 굳이 융합이라고 하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융합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정부도 그동안 자동차·조선·기계 등 기간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산업 진흥 정책을 전개해 왔고 상당한 예산을 투입했다. 20년 가까이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에서 IT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가 기치로 내건 `창조경제` 역시 창의와 융합에서 시작한다.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기존에 있던 개념들을 합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창조경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세상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면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효과가 있다. 서로 다른 산업도 연관성을 갖고 결합하면 새로운 개념의 산업이 탄생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도 새로운 융합이 시도됐다. 정부와 에너지·산업기술 전문가가 뭉친 에너지 테크 혁신포럼이 출범했다. 에너지 분야와 여타 산업의 결합을 위해 산업계와 학계·연구계 전문가가 모여 이업종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어젠다를 논의한다. 포럼은 에너지 분야를 근간으로 부품소재·정보통신기술(ICT)·미래기술·인문사회 등을 접목해 융합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지원정책 등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초기에는 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는 모양새로 시작했지만 민간이 중심에 자리 잡아 지속적으로 건전한 목소리를 내는 싱크탱크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