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구속한 것은 재벌 길들이기 조치의 일환이라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일 보도했다. IHT는 `한국 경영자의 구속은 재벌 길들이기로 보인다`는 기사에서 신 정부 출범 이후 이 회장이 재계 거물로는 처음으로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회장의 구속 배경으로 한국 사회에서 커지는 `경제 민주화` 목소리를 꼽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대기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재벌 일가의 범죄를 엄하게 처벌할 것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 구속 다음날 국회가 재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여러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이 회장의 구속이 재벌 견제 여론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IHT는 박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산과도 싸운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 개발 과정에서 소수 재벌 일가에 쉽게 자금을 대출해 줬고, 보조금과 세금 혜택뿐만 아니라 외국 업체들과 경쟁도 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이 정책으로 삼성과 현대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한국 경제 발전에도 일조했지만 재벌들이 중소기업 희생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 군림하는 포식자로 여겨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동안 재벌 총수들이 화이트칼라 범죄로 기소되기도 했지만 몇 개월 이상 수감되는 사례는 드물었다고 지적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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