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관광은 분명히 다르다”
책은 40여 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에서 정년퇴직 후,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것들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서로의 존재를 시험해 보고 싶은 부부의 여행기다. 부부는 함께 서유럽, 동유럽, 오세아니아, 동남아시아, 중국, 아메리카 등 5대양 6대주를 두루 살펴보며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한다.

신평웅, 한미령 부부는 함께 해외여행을 하며 기행문 형태로 자신들이 여행한 국가의 역사, 문화, 명소 등을 둘러보며 직접 눈으로 보기 전 지식과 상식의 수준에서 알고 있던 세계 각지의 모습과 자신들이 두 발로 걸으면서 직접 삶과 문화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느낀 의식세계의 차이를 녹여낸다.
책을 읽고 있으면 인생이 짧은 것이 진리라고 느껴진다. 생의 전반부인 청년기에는 인생이 길다고 느꼈는데 황혼기를 맞이하니 인생이 너무 짧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되기 마련이다. 봄인가 하면 어느새 가을이고 겨울이다.
부부는 세월이 20대엔 20킬로미터로, 40대엔 40킬로미터로, 60대엔 60킬로미터로 달린다며 여행에서 그 내적 사유를 그린다. 죽은 것 같던 초목이 봄을 맞아 부활하듯 이 책을 쓴 부부도 봄이면 삶의 기지개를 펴듯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삶의 고단함과 자신도 모르게 찾아 드는 내적 갈등을 달래곤 했다고 고백한다.
부부가 함께 여행하기 위해 평소에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 여행비가 모아지면 두 부부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여행비 절약을 위해 주로 비수기를 선택해 세일가로 해외여행을 많이 했다며 저렴한 여행 노하우를 가르쳐준다.
이들 두 부부는 연인의 천국인 파리에서 에펠탑과 개선문, 그리고 세계적 패션을 주도하는 샹제리제 거리에서 파리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삶의 현주소를 찾았다고 말한다. 숲과 호수의 나라 스위스에서는 우리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연 자원과 삼천리 금수강산이 얼마나 소중한 자산임을 깨달았다고 덧붙인다.
인간은 과거 여기저기 떠도는 유목민(nomad) 시대를 거쳐서 정착 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이제 21세기를 맞아 다시 유목민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여행은 일상의 삶 속에 뿌리를 내리게 됐다. `여행은 인간의 독선적 아집을 깬다`는 말은 여행의 장점을 말해 주는 오랜 속설이 있지 않은가. 당신도 늦지 않았다. 올 여름에는 훌쩍 어디론가 떠나보자.
신평웅, 한미령 지음, 출판사 OLIN, 가격 7000원
자료:유페이퍼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