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특허 출원 건수가 해마다 늘어난다. 대학이 한 해에 출원하는 특허는 2008년 8413건에서 2009년 9760건으로 늘어났으며 지난해에 1만2233건에 이르렀다. 증가율은 다소 둔화했지만 꾸준하게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싸고 벌인 글로벌 특허전쟁으로 특허 중요성이 부각된 것을 감안하면 대학의 특허 출원 증가는 반가운 소식이다. 출원 특허를 기업에 기술이전해 로열티를 받으면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다. 게다가 기술을 이전한 기업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다. 대학엔 연간 수조원의 국가 연구비를 사용하고 국내 이공계 박사의 70% 가까이가 몸을 담았다. 대학이 국가 경쟁력의 원동력인 셈이다.
문제는 대학이 출원하는 특허의 상당수가 실적 달성용으로 양산된다는 점이다. 특허 출원 건수가 늘어나는 만큼 휴면율도 높다. 지난해 국정조사 과정에서 대학 특허 휴면율이 7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특허를 가장 많이 냈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9029건)만해도 보유 특허 중 65.6%가 휴면 특허로 나타났다. 몇 년 전 한 대기업 임원이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려고 전국 대학을 돌아다니며 특허를 뒤졌지만 쓸 만 한 건 몇 건 없었다고 한 것도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활용가치가 높은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기업에 기술이전하면 대학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는 특허는 대학에 독이다. 등록한 특허를 유지하기 위한 예산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연구과제만 끝나면 관행적으로 특허를 출원한다. 특허출원이 고과와 과제 성과 평가에 실적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적에 급급해 출원한 특허는 십중팔구 서랍 속으로 들어가 휴면특허 신세가 된다. 건수를 늘리기 위한 특허 출원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교수 업적이나 연구성과 평가항목으로 잡힌 특허 출원 건수도 품질을 높일 다른 척도로 바꿔야 한다.
가까운 일본 도쿄대만 해도 발명신고서가 접수되면 절반가량은 출원을 거부한다고 한다. 양적 출원보다 특허 품질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도 특허선진국으로 가려면 비정상적인 특허관리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