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평가

미래창조과학부는 요즘 정부 출연연구기관 평가에 한창이다. 각 연구회가 소속 출연연을 상대로 하는 1차 평가는 모두 끝난 상태다. 이를 근거로 미래부의 사실상 `최상위 평가`가 진행 중인 셈이다. 최종 평가결과는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심의를 거쳐 이달 발표된다.

시점상 정권 초 각급 공공기관장 교체시기와 맞물려 미래부의 이번 평가는 초미의 관심사다. 실제로 지난 2008년 MB정부 출범 초기 때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 4개 출연연 기관장이 임기 중 짐을 싸야 했다.

벌써부터 대전발 풍문으로는 “누가 교체 1순위라더라, 누구는 2순위라더라”는 얘기가 들린다. 비교적 친출연연 스타일인 최문기 장관이 지난 4월 장관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권이 바뀌었어도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는 정부 측에서 관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긴 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무총리실 공직기강복무팀은 이미 대덕특구 출연연 기관장의 경영 및 인사평가 등 관련 자료 수집을 마쳤다.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문제가 있는 기관은 기관장 스스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의 이번 잣대가 객관적 지표에 의한 평가가 아닌 이른바 `사정`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한다. 개념조차 모호한 `창조경제` 관련 성과 항목이 이번 평가의 주요 지표로 올라와 있는 점 역시 평가의 주관적 판단 범위를 넓혀 놨다.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래부의 최종 평가가 연구회 안과 다르다면 분명한 이유와 논리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기관장 인선에 정무적 판단을 100%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정권교체 시마다 반복되는 무리한 개입은 일선 연구원에게 필요 이상의 불안감과 피로감을 유발한다. 과학자들이 왜 항상 `자유`와 `자존심`을 강조하는지 미래부는 알아야 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