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경영의 변화와 성장을 언급할 때 흔히 `혁명적(Revolutionary)` `파괴적(Destructive)` `상상적(Imaginative)`과 같은 과격한 수식어를 사용한다. 반드시 상기해야 할 좋은 의미의 단어들이고, 이를 당연시해야 할 필요도 있다. 현실에 안주하고, 변화에 부정적이며, 상상력이 빈곤한 경영자에게는 특히 강조해야 할 단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이들 단어를 나 몰라라 하고 안주하려는 경영자는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격한 경영 수식어들은 경영을 확률 게임으로 내몬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5>스마트 무버 되기 ①빠른 진화와 우리 고유의 성장방안](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7/08/449784_20130708131831_719_0002.jpg)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그의 저서 `빠르고 느리게 생각하기(Thinking, Fast and Slow)`에서 같은 비율의 성공과 실패에서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치의 정도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실패에서 느끼는 가치 상실 정도가 성공에서 느끼는 가치 증가 정도보다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상실혐오(Loss Aversion) 속성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현장 경영자에게 꼭 들어맞는 말이다.
경영을 곁에서 지켜보는 경제학자나 컨설턴트 시각에서는 경영이 확률이고 통계일지 모르나, 그것을 떠맡고 책임지는 현장 경영자에게 경영은 곧 삶이고 죽음이다. 경영을 그르치면 회사가 존폐 위기에 내몰릴 뿐 아니라 종업원의 삶까지 희생된다.
관조자 관점에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가치 가중치는 왼쪽의 그림처럼 서로 같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가중치는 오른쪽 그림처럼 성공에 비해 실패가 더 크다. 이 때문에 우리가 현장 경영자에게 무언가를 주문하고 조언하려면 성공과 실패의 가중치를 충분히 고려해 경영자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과격한 경영 수식어를 앞세워 현장에서의 경영을 그냥 통계적 확률 게임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그렇다면 어떻게 경영을 이런 확률 게임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다. “살아남는 것은 강한 종도, 지능이 가장 높은 종도 아니며 변화에 가장 빠르게 적응하는 종이다.” 다윈의 말이야말로 스마트 무버(Smart Mover)를 가장 잘 설명한 표현이다. 선도자(First Mover)가 혁명(Revolution)을 지향한다면, 스마트 무버는 진화(Evolution)를 지향한다. 단, 느린 진화가 아닌 빠른 진화여야 한다.
환경에 휘둘려 마지못해 수동적(Reactive)으로 진화해서는 늦다. 닥친 환경변화에 휘둘리기 전에 재빠르게 배우고 파악하고 대응해 능동적(Proactive)으로 상황에 앞서 진화해야 한다. 그래서 혁명(Revolution)과 파괴(Destruction)가 선도자 언어고, 진화(Evolution)와 생산(Construction)이 빠른 추격자 언어라면, 빠른 추격자 언어에 예민(Acuity)과 민첩(Agility)을 더한 것이 스마트 무버의 언어다.
퍼스트 무버가 실리콘밸리 고유의 기업 성장방안이라면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안이 필요하다. 한국과 미국과 이스라엘이 같을 수는 없다. 자원, 기술, 시장, 인력 등 여러 면에서 우리 여건은 그들과 다르다.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워야 할 것은 배워 몸으로 익혀야겠지만, 미국의 실리콘밸리식이나 이스라엘의 후츠파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는 것과 다름없다. 실리콘밸리의 창의적 환경을 우리는 가지지 못했다. 활발한 창업에 비해 국내 기업 성장의 한계를 보이는 이스라엘을 그대로 모방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들 창업 선진국과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다르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사회적 가치 가중치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는 좀 더 평탄한 편이라면 우리는 좀 더 가파른 편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보완하고 감싸 안는 우리 나름의 성장방안이 필요하다. 새마을운동이 우리 고유의 성공방안이었던 것처럼 사업에서도 우리 고유의 새성장 운동이 필요하다. 스마트 무버가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