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카드사, 자동납부 접수대행 놓고 다시 갈등

이동통신비 카드 결제를 놓고 통신사와 카드사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월 카드 결제 수수료율 인상에 합의하면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양측이 이번에는 통신비 카드납부 접수대행 권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결제 수수료율 분쟁에 이어 통신사와 카드사가 다시 충돌하면서 양측의 제휴 비즈니스는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사가 최근 일부 카드사가 요청한 카드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받아주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카드납부 접수대행은 통신서비스 가입자가 신용카드로 요금을 자동 납부하고자 할 때, 통신사가 아닌 해당 카드사에서도 신청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카드사는 이로써 카드 이용률을 높이고, 장기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를 누려왔다.

하지만 통신사는 지난 1월 수수료율 갈등이 심화되자 카드사에 위임한 접수대행 제휴를 일제히 중단했다. 이후 통신사가 수수료율 인상에 합의했지만, 카드사 접수대행 제휴 재개에는 부정적이다. SK텔레콤은 아직 모든 카드사와 제휴를 재개하지 않았고, KT·LG유플러스는 일부 카드사에만 허용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이에 대해 수수료율 인상으로 앙금이 생긴 통신사가 카드사에 보복성 조치를 내리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카드 수수료 인상에 합의한 통신사들이 카드사 길들이기를 하며 앞으로의 거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소비자만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는 이번 조치가 수수료율 갈등과는 전혀 무관하게 가입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카드사가 자동납부 접수 대행 권한을 가지고 제대로 된 고지 없이 임의로 등록하는 사례가 많은데다 가입자가 이를 통신사 책임으로 인식해 어쩔 수 없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면 그동안 은행계좌로 통신료를 결제하던 고객이 신규 카드를 발급받은 뒤 자신도 모르는 새 통신료가 카드로 결제돼 통신사에 항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져 지난 2011년부터 카드사에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고, 불만이 해소되지 않으면 접수대행 업무 제휴를 끊을 것이라고 여러 번 강조해 왔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는 카드사가 주장하는 소비자 불편도 현실을 왜곡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통신사 대리점뿐만 아니라 고객센터에 전화 한 통만 걸면 얼마든지 자동납부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카드 업계가 전혀 설득력 없는 소비자 불편을 주장하는 것은 경쟁이 치열한 카드 업계에서 매월 통신요금을 자동으로 결제하는 카드가 사용 기간이 길기 때문”이라며 “자동납부 접수 대행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