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6>스마트 무버 되기 ②`아웃사이드-인` 사고

스마트 무버(Smart Mover)는 혁명(Revolution)을 지향하기 보다는 진화(Evolution)를 지향하되 거기에 예민(Acuity)과 민첩(Agility)을 더한 `빠른 진화`를 지향한다. 진화란 외부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대로 진화하려면 사고를 내부중심적인 `인사이드-아웃(Inside-Out)` 관점이 아닌 외부중심적인 `아웃사이드-인(Outside-In)` 관점에 두어야 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빠른 진화란 외부의 환경 변화를 빠르게 읽고, 배우고,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 내부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사이드-아웃 사고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내부 역량을 고려해 무엇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에서는 인사이드-아웃 사고가 필요하다. 생산성 향상이나 운영효율화에는 인사이드-아웃 접근이 잘 맞다. 다만 진화하는 데 있어서 인사이드-아웃 사고는 기업을 외부환경 변화에 적응시키기 보다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내부중심적 시야에서 외부를 바라보게 만든다는 단점도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개인용 컴퓨터(PC)가 세상에 대두되기 시작했던 1980년대 초 컴퓨터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은 IBM과 AT&T였다. 이때 PC시대의 대두라는 외부환경 변화에 대해 IBM은 변화를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반면 AT&T는 내부중심적인 인사이드-아웃 접근 방식을 택했다. AT&T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SW)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 평가되는 벨연구소를 가지고 있었다. 통신장비를 잘 만드는 웨스턴일렉트릭까지 가진 터라 AT&T는 자기중심적으로 PC에 대응했다.

AT&T는 중앙 컴퓨터에 연결된 터미널만 있으면 충분히 PC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화국마다 중앙 컴퓨터가 있고, 개인은 터미널과 전화선을 이용해 중앙 컴퓨터와 연결하면 되니 SW는 중앙 컴퓨터에 설치하면 됐다. 비용도 절약할 수 있고 관리도 편리하다. 때문에 AT&T는 인사이드-아웃 관점에서 PC 시대를 바라봤다. 내부중심적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을 달랐다. AT&T는 제대로 도전도 못해보고 PC시대를 지켜봐야 했다. 사람들은 PC를 원했고, 또 전화선은 속도가 너무 느렸다.

인사이드-아웃 접근은 본질적인 문제점을 내포한다. 내부중심적으로 외부환경을 바라보면 전체적인 시각이 아닌 그간 내부에서 영위해오던 틀 속의 제한된 시야로만 외부환경을 보게 된다. 그래서 외부환경 변화를 내부적으로는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놓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재미있는 점은 과거 AT&T의 대응방식이 최근들어 클라우드(Cloud)라는 개념으로 다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목적이나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외부환경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술이 발전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한 때 적절했던 대응방안도 시간에 따라 적절하지 못할 수 있고, 한 때 적절하지 못했던 방안도 시간에 따라 적절해질 수도 있다.

기업은 한번 외부중심적 사고로 성공을 거두면, 그 다음부터는 그 성공에 기초한 내부중심적 사고로 외부를 보게 되는 경향이 있다. PC시대의 시작에서는 외부중심적이었던 IBM이 그래서 PC사업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했다. MS-DOS와 윈도를 개발하며 외부중심적인 사고를 키웠던 마이크로소프트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시대에 들어서는 내부중심적 사고로 인해 빠른 진화를 이끌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우를 범했다.

외부중심적 사고로 외부환경을 볼 때도 기업은 일차적으로는 그림에서처럼 시장관점에서 먼저 보게 된다. 스마트 무버는 이 일차적 시장관점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넓은 외부관점을 수용해야 한다. 일차적인 시장관점은 지금 당면하는 환경변화이기에 수용하기 쉬운 반면, 그 바깥의 더 넓은 외부관점을 수용하려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스마트무버가 되려면 첫째 시작할 때 한때가 아닌 언제나 그리고 모든 과정 중에서도 계속 외부중심적인 아웃사이드-인 사고를 유지해 나가야 하고, 둘째 지금 당면하고 있는 일차적인 시장관점뿐만 아니라 더 넓은 앞으로 대두될 외부관점을 빠르게 수용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