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7>스마트 무버 되기 ③미래 예측과 길목 지키기

빠르게 진화하려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외부 환경변화를 읽고 그 변화와 요인들을 면밀히 관찰해 그것들부터 예상되는 변화를 예측해야 한다. 이른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접근방식이다. 그 예측을 바탕으로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진화 방안을 준비할 때야 비로소 밝은 미래가 준비된다.

[최두환의 젊은 경제]이젠 스마트 무버다 <7>스마트 무버 되기 ③미래 예측과 길목 지키기

미래 예측에는 상호보완적인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하나는 순방향 예측이고 다른 하나는 역방향 예견이다. 순방향 예측이란 현재 상황을 기초로 삼아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역방향 예견이란 먼 미래에는 어떤 일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시간을 거슬러 예견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덜 익숙하다.

가까운 미래 예측에는 순방향 예측이 적합하다. 자료에 기초한 통계적 모델의 정량적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방법으로 먼 미래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먼 미래를 예측할 정형화된 모델도 없거니와 그런 미래는 우리가 지금 인지하지 못하는 환경과 과정 속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빠른 진화 능력을 갖춘 스마트 무버(Smart Mover)가 되려면 먼 미래로부터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내려와 가까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시야도 필요하다. 현재를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사고의 기준이 현재에 있다는 것이고, 미래를 중심으로 시간을 거슬러 내려와 예견한다는 것은 사고의 기준이 미래에 있다는 것이다. 사고 기준이 미래에 있으면, `아웃사이드-인`의 사고처럼 외부환경 변화에 더 빨리 대응하게 된다.

1년 뒤 스마트폰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예측하려면 순방향 예측이 제격이다. 1년 후에도 스마트폰은 현재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 뒤의 스마트폰을 예측하려면 순방향 예측 방식으로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 때는 역방향 예견을 활용한다.

역방향 예견은 먼 미래에 확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어떤 가정을 내린 다음, 그렇게 되려면 중간 시점에는 어떤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을까를 시간 역순으로 예견해 보는 것이다. 그래서 역방향 예측은 정량적 예측이라기보다는 정성적 예견에 가깝다.

10년 후에도 스마트폰이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정확히 그게 언제 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손에 들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귀에 대고 통화하지도, 작은 화면을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먼 미래에는 마이크 없이 말하고, 스피커 없이 듣고, 디스플레이 없이 보는 등 본체 없이 스마트폰 기능을 만끽할 것이다. 여기서 없다는 것은 사용자가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지금과 그 먼 미래와의 1차 중간 시점에서 일어날 일은 무엇일까. 그 1차 중간 시점 예견을 한 후에는, 더 거슬러 올라가 다시 그 2차 중간 시점에 일어날 일은 무엇일까를 예측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역방향 예견을 하더라도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 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환경 변화를 읽고 파악하면서 역방향 예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될지를 상대적으로 잘 알 수 있다. 이처럼 중간 과정 예견이 이뤄진 다음에는 그 길목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 지에 대한 정확한 시점을 미리 알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길목을 지키되 그것을 위한 투자는 조심스레 진행해야 한다. 길목을 지키는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준비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면 파악은 열심히 하되 그 투자 시기는 기다리는 게 낫다.

흔히들 `반 박자 빨리`를 강조한다. 한 박자가 빨라도 위험하고, 한 박자 늦어도 뒤처질 수 있으니 딱 반 박자가 빨라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관념상에서만 가능한 일일뿐 현실에서는 어려운 이야기다. 지금의 빠른 모습이 반 박자인지, 한 박자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반 박자 빠르려다 한 박자가 빨라지면 낭패다. 그래서 반 박자 빠르다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그리고 그 준비에 비용이 많이 든다면, 감당할 수 있는 준비는 하고 나머지는 기다려야 한다. 한 박자 빠른 것 보다는 반 박자 느린 게 위험부담 대비 성과 측면에서 훨씬 낫다. 감당할 수 있는 빠른 진화를 잘 준비하고 있으면 제 박자는 못 맞추더라도, 스마트 무버가 되는 데 필요한 반 박자 느리게는 어렵사리 맞출 수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초빙교수 dwight@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