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제일주의` 스위스, 기업 정보 피난처로 각광

미국 정부의 무차별 정보수집 논란 속에 스위스가 기업 정보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는 정보보호를 위해 스위스 데이터뱅크를 찾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늘한 기후를 가진 스위스는 데이터센터 최적지로 꼽힌다. 센터 운영을 위한 냉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기업 서버를 제공하는 스위스 호스팅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높다. 많은 기업이 스위스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정보보호 피난처로 주목받는 더 큰 이유는 스위스 전통의 `비밀제일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 고객에 대한 절대 비밀보장을 무기로 스위스 금융 산업은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검은돈이 세계 곳곳에서 몰려왔다.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중립국인 스위스는 유럽연합(EU)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 스위스 데이터센터는 EU가 아닌 기업 정보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스위스 정부 규제를 따른다. 위법행위를 증명하는 법원의 영장이 있을 때만 스위스 데이터센터에 있는 기업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요청만으로 고객 정보를 제공한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비교된다.

스위스 호스팅업체 `아트모션`의 마테오 마이어 대표는 “프리즘에 관한 보도가 나온 뒤 지난 몇 주간 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클라우드 기업 서비스를 이용하던 기업의 이동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닐리 크로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미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심각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