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뚜렷한 근거와 상업적인 광고 축소 등 향후 계획을 내놓지 않은 채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KBS는 수신료 인상으로 누적 적자 해소와 프로그램 질 향상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9일 최민희 의원실 주최로 열린 `KBS 수신료 인상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심영섭 한국외국어대 박사는 “4800원으로 올리는 기준과 근거가 없다”며 “수신료를 올렸을 때 광고는 어떻게 할 것인지 조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는 현재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최고 4800원으로 92%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4300원으로 올리고 2016년 500원을 더 인상하는 방안과 △내년에 한꺼번에 4800원으로 올리는 두 가지 안이 이사회에 상정됐다.
심영섭 박사는 “왜 4300원, 4800원으로 올리는지 국민을 설득할 만한 명확한 기준을 KBS가 제시했어야 한다”며 “이사회를 통과한 후에도 국회에 가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을 KBS가 내놓지 못한다면 시청자도 설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재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사무총장은 “2011년도에 민주당 원내대표실 도청 의혹을 보면 KBS 기자들이 민주당 의원을 압박하며 언론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했다”며 “국민은 수신료 인상에 전혀 공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도 “국민 정서가 수신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며 “KBS가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상정 논의를 지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수신료 인상안을 전제로 △명품 프로그램 제작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미래 방송기술 투자 △보편적 서비스 확대 △지역방송 역량 강화 공영성 강화 △약자 배려 △공영성 강화 등 `7대 약속`을 제시했다.
윤준호 KBS수신료현실화추진단장은 “디지털 전환 자금이 총 7500억원 들어가 KBS 재정에 큰 부담을 줬고 앞으로도 매년 6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며 “KBS에 회계 검증을 맡았던 회계 법인이 KBS의 2018년 누적 적자가 9000억원, 차입금 1조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며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공영방송이 정치권 눈치를 보지 않으려면 물적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KBS는 수신료 인상 이후 KBS2의 상업 광고량 축소나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징수하는 지상파 재전송료 축소 또는 폐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유료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KBS가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를 인상하면서도 유료방송 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는 재전송료 징수 중단 등의 계획은 내놓지 않아 이중 과세 논란을 빚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KBS 수신료 인상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81.9%였다. 찬성 비율은 6.5%에 불과했다. 반대 이유로는 `국민 부담이 가중된다`가 42%로 가장 많았고, `KBS가 불공정 편파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31%로 뒤를 이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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