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래기술재단 설립은 창조경제정책 바로미터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설립이 정부 승인 지연으로 늦어진다. 삼성은 연구개발성과물에 대한 우선권을 요구하나 정부가 용인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부는 여전히 기업과 시장의 생리를 모른다.

삼성은 출연기업에 맞게 연구개발과제 성과인 지식재산(IP) 일부를 무상으로 이용하는 `무상통상실시권`과 우선 구매할 권리인 `우선매수협상권`을 달라고 요청했다. 미래부는 공익재단 성격상 출연기업이라 할지라도 별도의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방침이다. 공익을 위해 자금을 댔으니 그것으로 신경을 딱 끊으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공익재단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출연 기업 뜻대로 좌지우지돼선 안 된다. 그런데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출연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아무리 공익재단이라도 아무런 혜택도 없다면 기업이 출연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른 기업의 공익재단 출연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제한적이나마 특별한 혜택을 줘야 한다.

더욱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은 미래 기술 연구개발(R&D)자에게 자금을 대겠다는 재단이다. 성과물이 출연기업의 경쟁사에 가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출연 기업만 난처해진다. 그래서 삼성이 우선매수협상권과 일부 무상 이용권을 요구한다. 만일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출연기업은 아예 공익재단 운영에 간섭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 수 있다. 공익재단 설립 취지를 망가뜨리는 경우다.

핵심 쟁점인 무상 이용권도 미국 MIT미디어랩 운영 방식을 참조할 만하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로 유명한 이 연구소는 IP를 후원 기업이 후원기간에 무상 이용하도록 했다. IP 공유를 통해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는 우리나라 대학과 연구소는 거의 없다.

IP 무상 이용을 특정 기업의 독점으로 볼 게 아니라 기업의 R&D 후원 동기를 유발할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무상 이용을 무조건 막는 게 아니라 이용기간 제한과 같은 대안을 찾을 수 없는가. 재단 설립 향방을 창조경제를 표방한 현 정부의 정책 창의력을 가늠할 수단으로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